오늘은 일 마무리 짓지 못한거 말고는 별일이 없었는데 괜히 기분이 꿀꿀하여 화풀이라도 하듯 맥없이 벽을 두어시간이나 두들겨댔더니
어깨가 아파 죽겠다. 멍청하긴. 자업자득이니 누굴 탓하랴. 화난다고 화를 내어도 타도할 적이 분명해야 개운한 건데 적이란게
종잡을 수 없는 나 자신이니 여전히 기분이 개이지 않는다.
일찌감치 운동 접고 "크리미널 마인드"나 "하우스" 의 멋진 캐릭터들 보며 마음 달래 볼걸 괜히 몸만 축냈다.
(운동 한창 중인 아홉시부터 해서 속상해 죽겠다.)
공중파에 보는 드라마가 없어 채널을 돌리다보니 케이블 삼분의 일은 족히 점령한 듯 싶은 "CSI"가 방영 중이다.
(나 역시 지지않게 많이 보아주니 좀 보다보면 어? 스토리가 낯이 익네 하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뉴욕의 맥반장, 라스베가스의 그리썸, 랭스턴, 러셀 반장, 그리고 마이애미의 호라시오 반장 중에서 맨처음에는 맥반장을 제일 좋아했었다.
원래 영화배우 게리 시니즈가 좋아서였다. 다소 외롭고 우울한, 어두운 도시적 이미지도 좋았다. 그런 다음엔 그리썸이 좋았다.
호라시오는 너무 스타일리쉬하고 폼 잡는 경향이 있어서 좀 가소로왔었다.
그런데 자꾸 보다보니 호라시오가 가장 좋아졌다. 3종의 csi 중 가장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게 마이애미 편인것 같고, 호라시오가 그 결정판이다.
약자에 대한 연민, 불의에 대한 응징같은 것이 상당히 비장하고 직설적이고 웅변적으로 표출이 되어 좀 부담스러울 때도 있긴 한데
그렇기 때문에 인간적인 따뜻함이 느껴져 결국 호라시오 반장으로 낙찰을 보게 된 것 같다. 어쩌면 내가 그리운 것이 그런 따뜻함이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호라시오는 딸을 잃은 어머니를 따뜻이 안아 주고 있다. 좋은 사람이다.
........
그렇지만 요즘은 "크리미널 마인드"의 프로파일러들에게 푹 빠져 있다.
한층 드라마틱하고 서정 넘치는 분위기가 딱 내 타입이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누가 일깨운 라다크의 추억(13.6.26) (0) | 2013.06.27 |
---|---|
몽유(13.6.26) (0) | 2013.06.26 |
안 우는 날이 없다(13.6.21) (0) | 2013.06.22 |
외로움이라는 새삼스런 감정(13.6.18) (0) | 2013.06.18 |
가장 큰 공포(13.06.10) (0) | 2013.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