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가 되도록 피부 맛사지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집에서 신경을 쓰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본래가 게으르고 관심이 없어서 클렌징도 심플의 절정이다.
맘먹고 클렌징 제품을 사도 결국은 처박아두고 비누로 세수를 하게 된다.
그나마 비누에는 좀 관심이 있어서 여행을 가서 좋은 비누가 있으면 몇 개 사오기도 한다.
근데 비누가 똑 떨어졌다.
생각해 보니 벽돌만한 비누가 여러 개 있다는게 생각났다.
인도 라다크에 갔다가 레의 유기농 가게에서 산 것이다.
저녁에 레의 거리를 거닐다가 가게가 눈에 띄어 살구쨈이랑 비누를 샀었다.
가게 안에 있는 동안 늘 그렇듯 정전이 되었고, 가게 안의 다른 손님들과 조용히 불들어오길 기다렸었다.
정적을 깨기가 싫었던지 조용히 초를 밝히던 아가씨나 서양 여인네 몇 명, 그리고 우리, 모두 침묵했었다.
비누가 기대에 못미쳐 무척 속상했었다.
비누가 너무 억셌다. 라다크의 그 환경 친화적 비누가 말이다.
쨈이나 비누가 좀 무거운가. 그런 걸 배낭에 넣어 지고 다니며 고생한 생각을 하면...
그래서 처박아 둔 채 두해가 지났는데, 꺼내 써보니 세척력이 상당히 좋다.
마음을 고쳐 먹고 다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일년은 족히 쓰고 남겠다.
비누를 보고는 갑자기 라다크가 너무너무 그리워졌다.
스리나가르에서 레, 그리고 마날리까지의 여정이었었는데, 꽤나 고생스러웠음에도 사무치게 그립다.
새파란 하늘과 뜨거운 햇살, 키 큰 미류나무, 새하얀 곰파, 숨이 차서 걸음을 서둘 수 없었던 레 거리 산책...
레를 떠나며 꼭 다시오마 했었는데 그럴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그 어디보다도 가장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나이를 먹어가니 그리움만 많아진다. 원없이 사랑해야겠다. 사람이든 라다크든...
다음 세 개의 고개를 다 넘었었다. 레에서 누브라밸리와 판공초 가는 길에, 그리고 레에서 마날리 가는 길에.
그 중 카르둥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동차길이라고 했다. 발랄하던 지프 일행들이 고산증으로 구토와 두통으로 초주검이 되었던 고개이기도 했다.
자전거는 못 보았지만 바이크(오토바이크) 족은 상당히 많이 보았다.
포장도 안된 아슬아슬한 벼랑길을 먼지 풍기며 달리던 바이크 족들이 조금 부러울 때도 있었다.
어느 고개든 정도 차이가 있을 망정 다 고산증으로 고생했는데 나는 상태가 가장 양호해 전생에 라다크 사람이었나 했다.
우리는 레에서 마날리로 갔었다. 사추의 텐트에서 하루밤을 보냈는데 시설은 생각보다 훌륭했으나 엄청 추워 새우잠을 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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