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약간 황당한 짓을 했다.
머리를 감고는 채 말리지도 못하고 출근해서는 산발한 머리를 갈무리 하는데
양쪽 귀걸이가 제 각각인 거였다.
하나는 하트, 하나는 나뭇잎. 급히 집어 꿴 것이, 똑같은 실버톤이라 그런 실수를 한 건데,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오늘 누가 이 차이를 집어낼 건지 궁금해졌다. 아이들 중에서 나온다면 초코파이라도 하나 줘야겠다 내심 별렀는데,
오호, 통재라, 퇴근 때까지 아무도 다른 점을 알아채지 못했다.
종일 맨발이지만 운동할 때는 양말을 신어야 한다.
세탁기가 먹어 버렸는지 어쨌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만 어쨌든 짝을 잃은 양말이 두짝 있었다.
차이는 한 짝은 흰색 나이키 로고와 함께 양말목에 가느다랗게 흰 줄이 들어간 것이고 다른 한 짝은 민짜 회색 양말이다.
그것들을 그냥 신는다. 낮의 일로 미루어 아무도 양말짝 따위에 신경쓰지 않을거란 확신이 들었으므로. 그리고 역시 그랬다.
아무도 남의 양말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곁에 있는 이의 얼굴에 드리운 외로움 조차 읽지 않는 판국에 그깟 양말 타령은...
뒤집어 생각해본다.
나도 내 주변 누군가의 디테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가 누군가의 눈을 들여다본적이 언제였나 생각해본다.
지금 돌이켜보건대, 나는 오늘의 동료의 복장을 여덟명 중 단 한명 상하의를 다 기억하고 있다.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폐가 될까봐, 혹은 내 한몸 추스리기도 버거워 상대를 향해 걸음을 내딛지 못한다.
내가 고립된 삶을 살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우리가 날이 갈수록 더욱 더 외로워질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고질병이 되어가는 외로움을 고치는 약을 우리는 찾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동병상련은 이제 우리에게서 사라져버린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감정의 진화가 이상하게 되어가고 있다. 위험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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