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개똥 철학에 진지해지는 비오는 밤(13.7.4)

heath1202 2013. 7. 5. 00:43

꾸준히 내리는 비다.  다행이다.  저리 내리는 비는 지난하기는 하나 나도 무슨 궁리인가는 해 볼 수 있을 것아 편안하다.

이제 크던 작던, 삶에 호기로울 수 없는 때가 된 것 같다.  오늘은 어제 같고 내일은 오늘 같길 기꺼워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삶이 낯설어 두리번거리거나 허둥대고 싶지는 않다. 

아이들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단연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했다.  얼른 자랐으면 했다. 그럴테지.  앞날이 빛나리라는 희망이 있는 나이이니.

나더러 아이들이 언제쯤까지 돌이키고 싶냐 했다.

나는 당연히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줄 알았다.  정말 그리될 양 잠시 신나하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하는 몇 초 사이에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갑자기 오십년 삶의 피로가 나를 짓누르는 느낌이이었다.

그 느낌이 하도 절실해서, 아, 이것이 내 삶의 진실이구나 탄식을 했다.

앞으로의 삶은 더하겠지.  켜켜이 세월의 피로가 보태지니 말이다.

안간힘을 써가며 자유롭고자 하나, 결국 돌아보면 굵던 가늘던 삶의 동아줄에 매여있는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은 우리 운정이가 불안해한다.

드나들기 거치럭거리지만 끈을 옮겨매어 현관 앞에 편히 누울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목숨은 개든 사람이든 토끼든 다 애잔하다.

사람은 그 진실을 아니 가장 고통스런 목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