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일별이 주는 생각들(13. 7. 16)

heath1202 2013. 7. 16. 11:35

 

현관 앞 수반 위에 수련이 핀다. 

하루 한두 송이, 성실하게 피워 낸다.

아침 출근 길에 일과 삼아 잠시 들여다 본다. 

이따 다시 보마 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여유 없이 보내다가 퇴근 길 꼭 다문 봉오리만을 보게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련은 제 할 몫인 양 꽃을 피우고 또 지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수련이 지는 걸 본 적이 없다.

분분이 지는 벚꽃의 비장함이나 목련꽃의 추레함 없이 수련은 제 수명의 끝을 쉬이 보이지 않는가 보다.  내가 무심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궁남지엔 연꽃이 만개했다.

그런 때는 꽃도 왁시글 할 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도 꽃도 신이 나서 이런 땐 축제를 해야 하는가 보다.

꽃을 보며 해찰할 이유가 없는 듯 하다.  홀로 핀 수련꽃하곤 다르게 말이다.

 

 

 

어제, 모처럼 개인 하늘이다.

며칠 동안 비로 무심했던 들판이 눈물나게 푸르렀다.

갑자기 나는 이 세상에 나를 붙잡는 사랑이 없는 사람처럼 외로워져서

저 푸르름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었다.

초록이 짙어 아무도 나를 찾아내지 못할 듯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