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앞 수반 위에 수련이 핀다.
하루 한두 송이, 성실하게 피워 낸다.
아침 출근 길에 일과 삼아 잠시 들여다 본다.
이따 다시 보마 할 때도 있지만 대개는 여유 없이 보내다가 퇴근 길 꼭 다문 봉오리만을 보게 된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련은 제 할 몫인 양 꽃을 피우고 또 지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수련이 지는 걸 본 적이 없다.
분분이 지는 벚꽃의 비장함이나 목련꽃의 추레함 없이 수련은 제 수명의 끝을 쉬이 보이지 않는가 보다. 내가 무심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궁남지엔 연꽃이 만개했다.
그런 때는 꽃도 왁시글 할 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도 꽃도 신이 나서 이런 땐 축제를 해야 하는가 보다.
꽃을 보며 해찰할 이유가 없는 듯 하다. 홀로 핀 수련꽃하곤 다르게 말이다.
어제, 모처럼 개인 하늘이다.
며칠 동안 비로 무심했던 들판이 눈물나게 푸르렀다.
갑자기 나는 이 세상에 나를 붙잡는 사랑이 없는 사람처럼 외로워져서
저 푸르름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었다.
초록이 짙어 아무도 나를 찾아내지 못할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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