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러 오니 역시나 상대가 없다.
요즘 같이 더운 날 혼자 벽을 치고 있는 것처럼 처량한 일이 있을까.
볼 일이 좀 있어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스쿼시장으로 와서 김밥 한 줄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
주섬주섬 라켓이랑 아대랑 꺼내 놓고는 코트로 들어서질 못했다.
빠짐없는 일과 건만 오늘은 몸이 천근만근이다.
그러다 맥없이 내다본 하늘에 시커먼 구름과 벌건 노을이 기괴하다.
불길한 조짐이 느껴지는 하늘이다. 박쥐 몇 마리 날아다니면 딱이겠는데.
빨간 십자가가 분위기를 돋운다.
잠시 제풀에 겨운 감정에 휘둘리다가 정신을 추스리고 나서 보니 참으로 오랜 만에 보는 고운 노을이 참 반갑다.
운동 끝나고 궁남지가 하도 왁자해서 들러 보았더니 연꽃 축제는 주말인데 이미 축제나 진배없다.
너른 주차장이 빼곡하다. 부여사람들 먼저 즐기고 진짜 축제는 타지인들에게 양보할 모양이다. 설마 밤마다 나올려구. (허긴 모르지, 다 나같진 않으니)
생뚱 맞은 조명하며 역시나 별 격조는 없다. 뭐 사람도 격조 없으면 되었다. 연꽃이나마 격조 있으려무나.
여행 떠나기 전에 한 번 둘러 보긴 해야 할텐데, 그럴 수나 있을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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