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개월 가는 세월에도 좀체로 감정이 잡히지 않는다.
별러서 될 일이 아니라서 허탈하게 세월을 보내는 참이다.
세월 속에서 나의 볼만 꺼져가는 것은 분명 아닌 모양이다.
오히려 외관이 억울하다 할 만큼 나의 뇌와 감정은 저만치 세월을 앞지르고 있다.
생각해보니 육신의 노쇠보다 더욱 서글픈 것은 나날이 푸석해지는 나의 마음인 것 같다.
과거엔 그리도 간절하게 잡고 싶었던 것들을 무덤덤하니 흘려 보낸 게 벌써 반년이다.
문제는 마음의 평정 때문이 아니라 미처 인지조차 못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나는 점점 삭아가는구나, 삭정이가 되어 무엇하나 품지 못할 때도 올 것이구나 생각하니
덜컥 두려움이 엄습한다.
아까도 시커먼 구멍처럼 입을 벌린 채 저물어가는 하루의 나무 그늘 속에 앉아 있는 노인을 보았다.
세월 앞에 내가 당당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없다. 다만, 어린 잎처럼 내 마음에 그리움이라든가 환희라든가
하는 것들이 잠깐씩 푸르게 돋았으면 좋겠다.
텅 빈 동공의 공포를 차마 생각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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