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아침 시간, 부랴부랴 현관문을 나서다가 애기(토끼)에게 작별인사를 하지 않은 것을 깨닫고
몇 걸음을 돌이켜 한 번 꼬옥 안아주고
연일 내리는 비로 유기견 꼴인 개들과도 눈을 맞추며 진심으로 오늘 하루의 안녕을 빌어준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강박이 늘 이런 식으로 표현되고,
인사를 하는 동안 파닥이는 그들의 靈이 생생히 느껴지는 듯하다.
늘 삶을 의식하며 산다는 것은 참 숨가쁘고 두려운 일이어서
삶에, 특히 이별에 심상하자고 늘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지만
삶에 대한 응시를 거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삶의 미세한 공황 속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가끔씩 매순간을 경중이 없이 산다고 의식하면 갑자기 숨이 턱 막혀오는 게
삶의 중력이 갑자기 증폭되어 나를 짓누르는 듯도 하다.
정작 사는 건 깃털보다 더 가벼운데 말이다
두렵기 때문에, 새벽길 떠나는 식구들에게는 최대한 이별의 의미를 두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어쩌면 종말론자보다 더욱 순간순간에 헌신하며 사는 듯하다.
아니, 실상 나는 종말론자인지도 모른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 피는 산골, 청양(13.04.21) (0) | 2013.04.26 |
---|---|
의자마저 사라졌으니(13.04.22) (0) | 2013.04.23 |
서릿발 성성하고 안개 자욱한 아침(13.03.15) (0) | 2013.03.19 |
봄이 눈을 뜨다(13.03.14) (0) | 2013.03.19 |
텔레비젼 폐인(13.03.12) (0) | 2013.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