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삶에 경중이 없다(13.03.20)

heath1202 2013. 3. 20. 15:42

바쁜 아침 시간, 부랴부랴 현관문을 나서다가 애기(토끼)에게 작별인사를 하지 않은 것을 깨닫고

몇 걸음을 돌이켜 한 번 꼬옥 안아주고

연일 내리는 비로 유기견 꼴인 개들과도 눈을 맞추며 진심으로 오늘 하루의 안녕을 빌어준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강박이 늘 이런 식으로 표현되고,

인사를 하는 동안 파닥이는 그들의 靈이 생생히 느껴지는 듯하다.

늘 삶을 의식하며 산다는 것은 참 숨가쁘고 두려운 일이어서

삶에, 특히 이별에 심상하자고 늘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지만 

삶에 대한 응시를 거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삶의 미세한 공황 속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가끔씩 매순간을 경중이 없이 산다고 의식하면 갑자기 숨이 턱 막혀오는 게

삶의 중력이 갑자기 증폭되어 나를 짓누르는 듯도 하다.

정작 사는 건 깃털보다 더 가벼운데 말이다

 

두렵기 때문에, 새벽길 떠나는 식구들에게는 최대한 이별의 의미를 두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어쩌면 종말론자보다 더욱 순간순간에 헌신하며 사는 듯하다.

아니, 실상 나는 종말론자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