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없는 안개 속처럼 흐린 날들 코맥 맥카시의 "The Road"의 배경이 이렇까. 다시는 햇살이 없을 듯 여러날 세상이 어둡고 춥고 삭막하다. 죽을 것 같다. 희망이 없어 숨이 막히고 뼛속같이 시리고 외롭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싶다. 날이면 날마다 범죄드라마를 밥먹듯 일상으로 보고 사니 죽이는 방법을 많.. 단상 2014.02.13
길들인다는 것, 길든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14.2.6) 촌각을 다투며 허겁지겁 출근길에 나서다가도 현관 앞에서 1초간 망설이다 끝내 되돌아서는 경우가 있다. 울애기와의 작별의식을 생략했다거나 간소하게 했을 때. 가끔 너무 바쁠 땐 말만으로 작별을 할 때가 있다. "아줌마 다녀올께, 잘 놀고 있어~." 하지만 끝내는 되돌아와 가슴에 꼬옥.. 단상 2014.02.12
싸한 아침공기가 살아있었냐고 한다(14.1.23) 오랜 만에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싸한 아침 공기를 깊이 들이 마시며 사뭇 비장한 기분이 되어 찰라 삶의 의미라던가 보람 같은 단어를 생각했다. 아울러 며칠 간의 무위한 생활이 공포로 다가왔다. 사실 대단한 일거리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건만 목적과 의무가 나를 묶는다는 것이 안.. 단상 2014.01.23
겨울 살아내기(13.12.27) 게걸스럽게 끝없이 겨울 용품을 사들이고 있다. 마치 영영 겨울이 안 끝날 듯. 그러다 화들짝 놀라 반품을 하기도 하지만 어느 결에 현관문 앞에는 상자가 두 세개씩 쌓이곤 한다. 본딩 바지가 다섯 벌, 털신이 두 켤레, 패딩이 두 벌,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안된 아이디어 상품들, 색색의 .. 단상 2013.12.27
눈이 따뜻하다(13.12.20) 새벽 한 시 쯤 현관문을 열어 보았다. 현관앞까지 눈이 수북이 쌓였다. 이미 반뼘은 쌓였는데 눈발은 여전히 기세가 수그러지지 않고 내리고 있다. 아침이면 무릎까지 쌓일 것도 같다. 한밤에 눈을 치웠다. 현관앞은 비로 쓸고 대문 앞까지는 부삽으로 길을 냈다. 다리 짧은 강아지들을 위.. 단상 2013.12.20
잦은 눈(13.12.19) 새벽 두어 시쯤 내다 보았는데 눈발의 흔적만 설핏 남았을 뿐 다행이 눈이 쌓이진 않았다. 아침까지 그렇게만 봐다오 아침 출근을 걱정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보니 천연덕스럽게도 눈이 하나도 쌓이지 않았다. 고맙기도 해라 싶었다. 그런데 하늘이 묵근한 눈의 중량감이 들게 지.. 단상 2013.12.19
치매의 길은 멀지 않겠구나(13.12.4) 하루하루 점점 무력해져가는 자신을 똑똑히 목도하면서도 스스로를 어쩌지 못하는 심사는 무엇일까. 하루하루 사는게 게으른 짐승같다. 몇주전 스쿼시장이 문을 닫아 십년을 넘게 해 온 운동을 접었다. 며칠은 저녁이면 도시 마음을 종잡지 못하고 허둥대 곧 뭔 대안을 찾을 줄 알았으나.. 단상 2013.12.04
집으로 가는 길(13.11.21) 가을도 참 짧고 하루도 참 짧다. 종일의 우울한 날씨를 이기지 못하고 시무룩하고 있다보니 어느덧 저물녘이다. 햇살도 인색하더니 그걸로 부족한지 저녁바람이 싸늘하게 뼈에 스민다. 우리 편은 무엇인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세상에 날씨도 무엇도 마음 기댈 것이 없다. 할 수.. 단상 2013.11.21
동면처럼 무심하기를(13.11.19) 어제 첫눈이 내렸다. 이른 아침 길 떠나는 사람 배웅할 때만 해도 눈이 없었는데 출근하려 문을 나서보니 그새 눈이 쌓였다. 출근 준비로 바쁜 삼십분 사이 내렸던 모양이다. 어설프게 내린 눈에 갑자기 바람이 매워져 퍼뜩 겨울이 겁이 났다. 올 겨울에 스페인이랑 유럽에 가려고 준비하.. 단상 2013.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