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레호수의 금성과 초승(15.02.06) 열두 시간을 죽어 잠으로써 열두시간을 살아내리라 애써 농을 하며 열두 시간 야간 버스에 올랐다 낯선 곳에선 어둠도 설어 저만치도 어둠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고 분명한 건 내 마음이 그 어둠 만큼 막막하여 순정한 어둠 위에 점점 등불처럼 그리움 또한 더욱 명징해지는 것이었다 서.. 단상 2015.02.06
숨을 쉬며 사랑하자는 교훈(15.02.06) 계단 밑에 짜넣은 자그마한 붙박이 가구 하나를 해체할 일이 있었다. 가진 공구는 장도리가 달린 망치 하나. 겉으로 보기엔 원목도 아닌 엠디 위에 값싼 필름 붙인 게 다라서 한눈에도 싼티 뚝뚝 드는 날림이었던 터라 참 쉽게 들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어디 한구.. 단상 2015.02.06
어느 사랑 중독자의 탄식 하나(15.01.03) 파국을 목표로 사랑-그걸 편의상 사랑이라 치고-이란 것을 하는가 보다. 파국을 즐기는 듯, 파국을 기다린 듯, 내 사랑은 기필코 끝내는 파국을 보고야 만다. 목표 달성. 안도. 비로소 끝이다. 희비극으로 끝나는 내 시나리오를 위해 봉사한 사랑. 봄날 톡톡 터지는 초록 싹같은 어이없는 .. 단상 2015.01.03
연필 깎는 마믐( 15.01.02 ) 연필깎기를 새로 샀다. 전의 것이 산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이유도 모르게 연필을 야무지게 물지못해 사각사각 매끈이 도려내질 못해서였다. 그래서 거금 삼만원을 들여 연픨깎기의 명가 샤파 걸로 다시 산거다. 날카로운 심이 뜨끔하다. 자고로 이정도는 날카로워야 한다. 팔뚝.. 단상 2015.01.02
이별에 대한 예의 없이(14.12.20) 엄마한테 참 고맙게 해주던 이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6개월 전 암 선고를 받았었고 진즉에 우리는 모두 체념을 했는데 그와 그의 아내만 승률 제로의 게임을 지난하게 이어갔다. 진정 이기리라 믿었음에 틀림 없는게 정작 우리는 절망스런 얼굴 대할 일이 난감했는데 그는 의기양양하게 .. 단상 2014.12.20
어떤 시집(14.12.19) 첨엔 참으로 좋았다 눈을 끌게 잘나서 혹했다 잠깐 팬이 될까도 했다 수다스럽지 않고도 다채로왔으며 고개를 주억거릴 만큼 진정성도 충분했다 우연이었나 갸웃하지 않을 만큼 편편이 준수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멀미가 났다 아귀가 너무 완벽하게 물렸다 청문회 예상 답안 같은 시 사.. 단상 2014.12.19
잠 못잔 이유 (14.12.08) 밤새 열 번은 족히 잠에서 깨었나보다. 어수선한 불면을 서성이는 나를 슬그머니 잠으로 밀어넣어 줄 줄 알고 틀어놓고 잔 음악 탓이었다. 밤새 내 잠속에선 눈도 비도 내리고 바람도 불었으며, 짧은 사랑 끝에 두고두고 한참을 아파 남자도 울고 여자도 울었다. 어떤 이는 숨죽여 울고 어.. 단상 2014.12.08
연필에 대한 집착(14.12.05) 연필에 대한 집착은 급기야 도둑질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슬금슬금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주인이 모호하다던가 주인이 관심가져주지 않을 듯 싶은 연필들을 슬그머니 집어온다. (샤프 연필은 절대 안 됨. 한웅큼 되는 샤프 연필은 어쩔.) 흐뭇하게 쌓여가는 연필, 열 자루 쯤 모았.. 단상 2014.12.05
영화에 용기를 내야 하다니(14.12.03) 선댄스 채널에서 "세일즈맨의 죽음"을 시작했다. 더스틴 호프만이 늙은 외판원이다. .... 보기는 봐야 할 텐데, 이마저도 용기가 필요하네. 단상 2014.12.03
농이라도 하지 않으면...(14.12.02) 데이빗 핀처 감독의 "세븐"이란 영화를 보고 처음에 영화적 완성에 감탄했다가 다음엔 죽어도 싼 일곱가지 죄목을 나에게 적용해 보았더니 목숨이 일곱 개 여도 부족하겠더라. 육욕, 탐식, 탐욕, 나태, 분노, 질투, 자만, 그 어느 항목도 피할 길이 없다. 이렇게 자복했으니 목숨 한 두개는 .. 단상 2014.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