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밑에 짜넣은 자그마한 붙박이 가구 하나를 해체할 일이 있었다.
가진 공구는 장도리가 달린 망치 하나.
겉으로 보기엔 원목도 아닌 엠디 위에 값싼 필름 붙인 게 다라서
한눈에도 싼티 뚝뚝 드는 날림이었던 터라 참 쉽게 들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어디 한구석 장도리가 비집을 틈이 없었다.
손가락 고집스럽게 깍지 낀, 혹은 완벽히 맞춰진 큐브 같다.
서랍을 빼내면 쉽게 공략할 수 있을 거라는 내 예견을 비웃듯
안은 더욱 가관이었다. 어쩌자고 그 작은 장에 그 많은 각목과 판자를.
실내라 가급적 먼지 피우지 않으려던 방침을 포기하고 하는 수 없이
무식하게 망치로 두들겨댔더니 한참만에 조금 비틀리면서 마지못해
겨우 장도리 끼워 넣을 틈을 내 준다. 틈 찾느라 애 꽤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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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힘들다.
사랑을 생각했다.
숨막히는 내 사랑 같구나.
사랑을 이리 하면 절대 안 될 일이겠다.
마음이 들고 날 틈이 있어야지.
봄날의 훈풍,가을날 산들바람
사랑에도 바람이 드나들 길 하나 쯤은 있어야지. ㅎㅎ
이 울처럼 성긴 사랑은 어떨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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