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걸스럽게 끝없이 겨울 용품을 사들이고 있다.
마치 영영 겨울이 안 끝날 듯.
그러다 화들짝 놀라 반품을 하기도 하지만 어느 결에 현관문 앞에는 상자가 두 세개씩 쌓이곤 한다.
본딩 바지가 다섯 벌, 털신이 두 켤레, 패딩이 두 벌,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안된 아이디어 상품들,
색색의 목도리, 갖가지 니트 풀오버....
올해 사들인 것만으로 죽을 때까지 겨울을 날수도 있겠다.
겨울에 대한 과한 두려움은 삶을 대수로워 하지 말자는 나의 마음과는 참 모순된다.
단순하고 무심한 듯한 나의 삶의 태도가 실은 두려움에 기인한 자기변명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삶에 대한 책임 회피 말이다.
평소 사는 삶 자체는 그렇지 않지만 종종 삶의 규명에 지나치게 매달린다 싶을 때 참 삶에 진지한 듯 싶기도 하지만
문제는 삶의 미로를 무장 헤매고 난 뒤에 어느 하나도 삶에 관한 것이라면 답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죽기 전에 자잘할 망정 삶에 관한 한 가지라도 정의를 하고 죽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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