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잦은 눈(13.12.19)

heath1202 2013. 12. 19. 16:25

새벽 두어 시쯤 내다 보았는데 눈발의 흔적만 설핏 남았을 뿐 다행이 눈이 쌓이진 않았다.

아침까지 그렇게만 봐다오 아침 출근을 걱정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보니 천연덕스럽게도 눈이 하나도 쌓이지 않았다.

고맙기도 해라 싶었다.

그런데 하늘이 묵근한 눈의 중량감이 들게 지독히도 낮고 어둡다.

여덟시가 되었는데도 날이 어둑해서 출근길이 마치 이른 새벽 먼 길 떠나는 기분이다.

고작 삼십분을 가는데 센티멘털한 기분으로 내 앞의 삶을 모래그림처럼 휘저어 보았다.

 

아침부터 타시군 내신서를 작성했다.

길 떠나는 일이 그리도 번잡스럽고 두려운 성격인지라 몇 년에 한 번씩 치루어야 하는 피할수 없는 일을 복잡한 심사로 해내었다.

단순내신이라 간다는 보장도 없는데 이미 이곳에서 마음이 떠나는 기분이다.

 

종일 눈이 오락가락 한다.

다행이 쌓이지는 않아 퇴근길은 문제 없겠지만 오늘 밤이 문제다.

눈이 참 흔하다. 일이십년 사이로 이렇게 기상이 바뀌기도 하는건가?

학년말이 다 되어 아이들은 들뜨고 나는 가라앉는다.

머리 속에 좀체 명료한 영상이 없다. 머릿 속도 아른거리고 눈도 그렇다.

 

자꾸 침잠되어가는 남은 삶을 견고히 설계해낼 자신이 좀체 서지 않는다.

사춘기 때보다 남은 생이 더 두근거리고 두렵다.

우울한 일은 사춘기 때와 달리 기대는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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