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치매의 길은 멀지 않겠구나(13.12.4)

heath1202 2013. 12. 4. 15:31

하루하루 점점 무력해져가는 자신을 똑똑히 목도하면서도 스스로를 어쩌지 못하는 심사는 무엇일까.

하루하루 사는게 게으른 짐승같다.

몇주전 스쿼시장이 문을 닫아 십년을 넘게 해 온 운동을 접었다.

며칠은 저녁이면 도시 마음을 종잡지 못하고 허둥대 곧 뭔 대안을 찾을 줄 알았으나 그것도 잠깐 그뿐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리 속은 흐린 하늘처럼 막막한데 요즘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멍하니 누워있는 일 뿐이다.

무언가를 하긴 해야 할 텐데 정말 무엇을 해야하나.......

 

요즘 머리 속에서 안 되는 작업이 점점 많아진다. 

복문을 만드는 일, 인과를 밝히는 일, 무엇을 길게 나열해 가는 일, 순위를 1위부터 5위까지 외우는 일.......

이야기를 전하는 일도 점점 힘들어지고 텔레비전을 보는 일도 듣는 일도 다 찰라이다.

옆에서 누군가 좀 길게 웅얼거리면 들을 땐 알겠는데 그의 말이 끝나고 나면 무슨 이야기였던지 기억에 자신이 없어진다.

생각해보니 누군가와 조응하여 주거니 받거니 얘기해 본지가 참 오래 되었다. 그 때문에 누구의 말을 경청하는 게 낯설어가는 건가?

또, 눈도 자꾸만 어두워져서 잠깐 책을 들여다보려다가도 자꾸 포기하게 되는데, 보는 것이 적어지니 생각도 없어지는가 보다.

 

요며칠 날이 포근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안그러면 자꾸만 울고 싶을 터인데.

아래 사진처럼 하늘이 시커멓던 그날처럼 말이다.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이 따뜻하다(13.12.20)  (0) 2013.12.20
잦은 눈(13.12.19)  (0) 2013.12.19
집으로 가는 길(13.11.21)  (0) 2013.11.21
동면처럼 무심하기를(13.11.19)  (0) 2013.11.19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13.11.15)  (0) 2013.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