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첫눈이 내렸다.
이른 아침 길 떠나는 사람 배웅할 때만 해도 눈이 없었는데 출근하려 문을 나서보니 그새 눈이 쌓였다.
출근 준비로 바쁜 삼십분 사이 내렸던 모양이다.
어설프게 내린 눈에 갑자기 바람이 매워져 퍼뜩 겨울이 겁이 났다.
올 겨울에 스페인이랑 유럽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취소해야 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항공권 티켓 취소로 입게될 손해 때문에 주저하고 있었는데 이제 더 생각할 필요가 없겠다.
마음을 정하니 편안함이 경제적 손실을 무마하고 남는다.
올겨울 추운 거리를 헤매지 않아도 되겠구나.
여행은 나중에 따뜻한 때, 햇살이 눈부시고 프로방스 지방이 푸르른 때 가야겠다.
며칠 새 곱던 나뭇잎이 다 져 버렸다.
꽃보다 짧은 절정이다.
쌓인 낙엽이 비에 젖고, 그걸 보고도 내내 꿋꿋할 사람은 없으리라.
이제 움을 파고 들어앉을 일만 남았구나.
동면처럼 마음도 곤한 휴식시간을 갖도록 해야겠다.
이 은행나무의 황금빛 절정은 불과 사흘 남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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