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 좁은 교정을 잠시 어슬렁거린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전교생이 운동장에 나와 목소리 높여가며 놀고 있다.
깔깔대는 높은 웃음 소리에 나도 슬며시 웃음을 짓는다.
몇 그루 조금 이른 단풍도 있고, 여문 씨앗을 뚝뚝 떨구는 부추꽃도 있고, 국화는 말할 나위도 없고 심지어 현관 유리문에는 바깥에 도열한 꽃그림자로
어둑한 실내도 환해보인다.
이렇게 좋은 날은 어디든 좋다. 조용히 가을을 하나씩 하나씩 가슴에 답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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