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의 뜰 여전히 납득 안가게 더운 날씨지만 그렇다고 계절을 의심하는 건 사람 뿐이 아닌가 싶다. 어느 결에 가로수 나뭇잎들이 물이 들고 성글어졌으며 들의 곡식들은 이미 황금빛 풍요를 품고 있다. 학교의 뜰에도 빛깔의 응집이 한창이다. 가난한 뜰이라 기껏 볼 수 있는 꽃이 백일홍이나 페츄.. 삶의 그림 2013.09.24
구두대학병원 앞에서(13.7.18) 나는 지금 부여터미널 앞 구두대학병원 앞에 앉아 지나는 이들을 구경하고 있다. 구두를 맡겨놓고 잠깐 일보고 왔더니 사장님이 자리를비우셨다. 구두는 제대로 고쳐놓으셨는데 돈을 드릴 길이 없어 이십분을 이러고 앉아있다. 중심가 대로변에 퍼져앉아 하고있는사람 구경이 재.. 삶의 그림 2013.07.18
내집 주변(13.6.15) 보도블럭 사이에 핀 꽃이다. 어느 때 부턴가 보도블럭 사이에서 자라는 잡초를 힘들여 뽑지 않게 되었다. 보도블럭 밑으로 뿌리를 뻗어가는 그것들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잡초만 나는가 했더니, 올해엔 여러 포기의 개양귀비도 나서 이렇게 풍요롭게 꽃을 피웠.. 삶의 그림 2013.07.18
삶에 분홍 꽃그림자(13.7.2) 이제 나에게 더 이상 짓고 부수고 또 짓는 그런 꿈은 없다. 그저 근근하게 지금만 같기를 빌 뿐. 내인생에 다시는 없을 것들, 도전이 가당치 않게만 여겨지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매 설운 생각이 든다. 소요하며 살 수 있으면 족하리라 하는 것이 슬프다.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그리.. 삶의 그림 2013.07.02
외진 길(13.6.16) 어째서 이길로 들어섰는지 모르겠다. 군산에 게장 먹으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큰길 놔두고 이길로 들어섰다. 부여에서 가장 외지고 깊은 골 중의 하나다. 많은 구간이 앞에서 차가 나타날까 염려스러울 정도로 좁은 길이다. 하지만 내내 차 한 대 만나지 못하니 쓸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 삶의 그림 2013.06.18
꽃이 피고 지고(13.06.08) 아무리 작은 학교라도 둘러보면 푸르른 나무 한가지, 이쁜 꽃 한 포기는 품고 있습니다. 잠깐이면 휘이 한 번 둘러볼 만한 작은 뜰을 그래도 느린 걸음으로 해찰하며 보노라면 한 시간이 족하지 않을 때가 있긴 하네요. 오늘도 창 밖으로 내다보니 유난히 자잘하고 색이 고운 넝쿨 장미가 .. 삶의 그림 2013.06.11
우리뜰의 개양귀비(13.06.08) 화단이고 마당이고 수돗가고 지천으로 핀 개양귀비꽃. 낡아가는 우리집을 환하게 밝히는 중이다. 팬지나 페추니아 같은 꽃들이 대부분 번식이 안되는지라 애들도 그러려니 했거늘, 예상을 뒤엎고 걷잡을수 없게 번식 중이다. 마당 한가운데까지 피어나 꽃이 다칠세라 조심스레 피해 다.. 삶의 그림 2013.06.10
원당교회(13.5.27) 여름비처럼 호되게 내리는 비다. 시골학교의 도서실 창가에 서서 원당들판을 바라본다. 빗줄기 너머 원당교회는 거리보다 아스라해 보이고 모내기를 준비하는 논은 흐뭇하게 물이 가득하다. 수목은 이제 푸르를대로 푸르러 이제는 자라는 아이보듯 들여다보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 삶의 그림 2013.05.28
퇴근길 오량교회(13.05.23) 해가 길어져 퇴근길에도 해가 한길은 넘게 남아 있다. 특별한 작물보다는 논농사가 많은 이곳은 지금 한창 모내기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요며칠 이른 무더위에 금방이라도 여름이 들이닥친 듯 겁을 먹었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한주면 유월, 정말 여름이다. 점심 시간을 신나게 뛰어놀은 .. 삶의 그림 2013.05.24
봄햇살에 눈부신 보령호(13.5.5) 땀 뻘뻘 흘리며 데리고 다닐 어린이가 없는 어린이날이다. 나들이 나온 아이들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상하게도 그땐 어린이날마다 날씨가 무더웠고 아이들은 보채서 나도 짜증스러웠던 기억 뿐이다. 내 몸 힘든 것만 속상하던 철없던 엄마이던 시절도 오늘은 아련히 그립다. 오늘은 .. 삶의 그림 2013.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