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늘 안쓰러운지( 14.12.04) 새옷 한벌 얻어입고 한껏 기분이 좋아진 아이. 내 인생관의 반영인지 아이를 보매 사랑스러움 보다는 늘 안쓰러움이다. 사소한 일이라도 거절하고 싶지않아 아이 뜻을 다 들어주고 마는데 혹자는 아이 망치는 교육이라 우려하지만 꼭 그런건 아닌게 아이는 내 마음을 잘 알고 있고 때로 .. 삶의 그림 2014.12.04
눈에 휘둘린 하루(14.12.04) 우리 부여, 눈 참 흔하다. 딱 한 뼘 왔네. 15센티. 부여 와서 두번째 이런 눈이란 걸 보았지, 운정아? 좋으니? 콧등에 눈 묻었네? 모르겠다. 눈이 온다면 이정도는 와줘야지. 집 옆 동산 소나무, 저러다 또 가지 부러질라. 올 일년 사람 손 한 번 안 간 사람이 살지 않는 옆집도 그 을씨년스러.. 삶의 그림 2014.12.04
나도 상냥해질지 모른다(14.11.30) 운전을 시작한 뒤로 줄곧 수동변속차만 운전해 왔다. 수동에 길들여져 살다보니, 또 시내주행을 할 기회가 거의 없다 보니 오토의 장점이 무엇인지도 몰라서 아쉬움 없이 살아왔다. 어쩌다 오토차량을 운전할 기회가 생기면 그 단순한 조작도 자신없고 당황하곤 했다. 하지만 점점 수동.. 삶의 그림 2014.11.30
유쾌한 물욕(14.11.27) 13온스 컵으로 네 잔 쯤 마시니 하루 1리터 이상 마시는 진한 커피. 요즘 식도가 안 좋아 줄여야지 줄여야지 염불을 외는 중인데 금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인듯.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게 커피 마시고 물 마시기. 커피가 조금 희석되는 듯한 심리적 위안을 얻음. 쫑인이가 신안으로 .. 삶의 그림 2014.11.27
이런 날이 왔다(14.11.26) 첫교시에 수업이 없음에도 휴대폰, 도로시아 랭의 사진집, 시집 한권, 8온스 커피 한잔, 그리고 카메라를 꾸려 영어실로 올라간다. 안녕, 날 찾지마, 앞의 동료에게 농을 던지고 티나게 기쁜 얼굴로 말이다. 우선,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이 구석진 방에 환히 불을 밝히고 아늑해서 아이들.. 삶의 그림 2014.11.26
장곡사에서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하다(14.11.23) 공주에 가서 영화 "카트"를 보았다. 영화 만큼은 참 속편히 보고 싶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러지 않는 것이 정말 도리인 영화들이 있다. 이번 영화가 그렇다. 작년의 "변호인", 그리고 인디영화상영관에서나 볼수 있었던 "두 개의 문" 등과 같이.... 대부분의 우리 영화가 주로 대자본.. 삶의 그림 2014.11.23
아파서 우울한 건 아니야(14.11.12) 온기 하나 없는 햇빛이다. 남아 있는 나뭇잎도 이제 제 빛깔을 잃고 있다. 죽어 핏기 가셔가는 얼굴을 본적이 있지. 아끼는 제자가 수능이어서 아주 짧게 메세지를 썼다. 생각이 깊은 아이니 길게 말 못하는 내 마음을 이해하겠지. 나의 약한 정신력을 누구보다 잘 헤아려주던 속 깊은 아.. 삶의 그림 2014.11.12
서울에서 가을을 느끼다(14.11.01) 서울에 갈 일이 생기면 나는 즐겁다. 아이들을 서울에 두고도, 애들이 매정할 정도로 독립적인 데다 나 못지 않게 끼니를 짓는 일에 관심없는 지라 음식을 만들어 나르거나 청소를 해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살림을 돌보아 주는 적이 없다보니 서울에 갈 구실이 적어지는데, 대신에 가게 되.. 삶의 그림 2014.11.03
가을은 아직 저만치 있는 듯 싶지만(14.10.18) 부소산보다도 궁남지보다도 더 자주 가는 탑정호. 카페 '에땅'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맘 때 이 곳 과수원 사잇길에 잠시 서보는 게 그리도 행복한 것은 익어가는 사과며 배며 감이며 그 풍요로움을 나도 조금 얻어 갖는 싶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10월이 한창 지났는데도 풍경의 주조.. 삶의 그림 2014.10.30
삶에 배움이 없다(2014. 8.13) 꺾인 베고니아 한 가지를 종이컵에 꽂아 놓은 것이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다. 다시 말하는데 나 참 어리석다. 이렇게 삶의 경이를 목도하면서 끝내 왜 나는 얍삭한 감상으로 끝내 버리는지. 저 꽃가지는 비교도 안 되게 굵은 팔과 다리, 교활한 머리를 가지고 나는 왜 노상 죽겠.. 삶의 그림 2014.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