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아파서 우울한 건 아니야(14.11.12)

heath1202 2014. 11. 12. 12:35

온기 하나 없는 햇빛이다. 

남아 있는 나뭇잎도 이제 제 빛깔을 잃고 있다.

죽어 핏기 가셔가는 얼굴을 본적이 있지. 

 

아끼는 제자가 수능이어서 아주 짧게 메세지를 썼다.

생각이 깊은 아이니 길게 말 못하는 내 마음을 이해하겠지.

나의 약한 정신력을 누구보다 잘 헤아려주던 속 깊은 아이였으니.

 

어제는 종일 많이 아팠다.

그럼에도 일터에 나오고, 또 일찍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런데다가 방과 후엔 아홉시 반까지 잡혀있는 연수도 가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고양이 사료를 놓아 두러 갔다.

어두운 쓰레기장 잡초 속에서 겨우 밥그릇을 찾아 '오늘은 많이 늦었구나, 미안쿠나'하며 한 가득 채운다.

평소보다 너무 늦어 오늘은 굶는가보다 시무룩해져 돌아간 녀석들이 있었겠다.

기대가 무너지는 그 심정을 알기에 늦어도 도저히 거를수가 없다.

 

오늘도 여전히 아프다.

처량하다.  제 몸 보살피는 일이 왜 미안하게 여겨지는지.

몸이 아픈데 마음도 같이 아파지려 한다.

몸이 아프면 사람들이 걱정을 해준다.  말로라도.

하지만 마음이 아프다하면 다들 공포스러워 한다.

페스트보다 더 무섭게 여긴다.

왜냐하면 자신들도 간신히 견디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우울이 우울을 격려하면 종래는 파국에 이르름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