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서울에서 가을을 느끼다(14.11.01)

heath1202 2014. 11. 3. 00:42

서울에 갈 일이 생기면 나는 즐겁다.

아이들을 서울에 두고도, 애들이 매정할 정도로 독립적인 데다 나 못지 않게 끼니를 짓는 일에 관심없는 지라

음식을 만들어 나르거나 청소를 해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살림을 돌보아 주는 적이 없다보니 서울에 갈 구실이 적어지는데,

대신에 가게 되면 홀가분하게 놀고만 오면 되기 때문에 즐거움이 배가되나 보다.

서울에 살아보질 않아서 나에게 서울 나들이는 그야말로 문화체험이다.

미술관에 간다거나 비주류(?) 영화를 본다거나 고궁을 간다거나 심지어 지하철 타고 쇼핑몰 가는 것까지.

 

서울은 시골보다 더 가을이 찬란했다.  양재에 들어서서 예술의 전당을 지나 낙성대까지 가는 동안 나는 바보처럼 감탄사를 내뱉었다.

경복궁과 창덕궁도 높은 담밖까지 가을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회색 건물에 대비되어 단풍의 빛깔이 더욱 빛났던가 보다.

잘은 몰라도 서울 사람들은 우리와 달리 느끼는 계절의 정취가 있겠다고 생각해 본다.

부여 같이 자연 속에서 강조 없이 지천인 가을 나무는 아무리 고운들 가치가 조금은 절하되어 평가될 거라고 생각한다. 

달리 가슴으로 쓰는 사연이 없다고 해야할까?

바삐 걷는 고단한 사람들의 가슴에 내리는 한 두닢 가을잎 같은 싸함은 없을 겉 같다.

서울에 살지 않는 사람이 갖는 판타지라고 해도 할 말은 없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