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장곡사에서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하다(14.11.23)

heath1202 2014. 11. 23. 19:27

공주에 가서  영화 "카트"를 보았다.

영화 만큼은 참 속편히 보고 싶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러지 않는 것이 정말 도리인 영화들이 있다.

이번 영화가 그렇다.  작년의 "변호인", 그리고 인디영화상영관에서나 볼수 있었던 "두 개의 문" 등과 같이....

대부분의 우리 영화가 주로 대자본에 의해 독점적으로 지배되는 구조에서 그나마 명필름이라는

탄탄한 영화사에서 제작되어 지명도 있는 배우의 캐스팅이 가능했고  

하루 세 번이나마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라는 배급망을 탈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울어본 적이 근래 있었던가?

결국 그들의 삶은 그들이 꾸려가야 하는 거겠지만 지지와 연대의 든든함과 따뜻함을 우리가 알기를 바란다.

 

영화를 본 후 진로를 청양 쪽으로 돌려 장곡사에 왔다.

분명 초가을에 한 번 들렀는데도 이곳에 와 본지가 아스라한 느낌이다.

너무 달라진 풍경 때문인가?

영화 속의 세상과 이 곳의 세상이 너무 확연한 대비여서 잠시 현실감이 오지 않았다.

오늘 이곳은 낙엽이 져버린 풍광도 춥지 않았고 산행객들도 탐방객들도 충분히 행복해 보였다.

절마당에 수북이 쌓아 놓은 김치 상자들이 가난한 자의 겨울 밥상에 오를 것을 생각하니

내 마음도 조금은 든든 해졌다.  생각보다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알량하게 한 달 오만원의 후원금이 내 보시의 다라서 너무 미안하다.  곱절로 올려야겠다.

 

만원을 내고 기와공양을 했다.

엄마와 가족과 구름이와 모든 추운 사람들이 따뜻하길 기원했다.

불교도가 아닌데도 이상하게 기와공양은 꼭 하고 싶어진다.

그냥 간절한 내 마음을 무엇엔가 또렷이 적고 싶어지는 것이다.

 

요즘은 잎진 아름다움을 자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