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인 베고니아 한 가지를 종이컵에 꽂아 놓은 것이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다.
다시 말하는데 나 참 어리석다.
이렇게 삶의 경이를 목도하면서 끝내 왜 나는 얍삭한 감상으로 끝내 버리는지.
저 꽃가지는 비교도 안 되게 굵은 팔과 다리, 교활한 머리를 가지고 나는 왜 노상 죽겠노라 징징대는지.
만성이 되어버린 엄살은 이제 내 아픔의 실제 감도 따위는 아랑곳 없이 숨을 쉬듯 일상이 되어 버렸다.
부끄러움 정도는 가져야 돼지 않나.
아픔의 실체 앞에서 내 고통의 사치를 반성할 일이다.
아이들이 실습 삼아 꽂아 놓은 다육식물, 애플민트도 세 배쯤은 가볍게 자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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