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 일터를 옮기고 두려운 나머지 기껏 할 수 있었던 일이 남보다 일찍 도착해 숨을 고르고 하루를 맞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게 된 일이 커피콩 가는 것이었다. 나와 비슷한 시각에 출근하는 강 선생님과 주거니 받거니 커피 가는 임무를 전담했다.
지금껏 직장에서 이렇게 커피로 호사를 누리기는 처음이다.
늘 한 분이 볶은지 사흘 되는 커피를 조달하여 그 어느 곳에서보다 맛있는 커피를 종일 진진하게 마신다.
남들이 도착할 때 쯤 교무실 가득 커피향이 배어 그 누구라도 기분이 좋다면 그뿐,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달리 무엇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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