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납득 안가게 더운 날씨지만 그렇다고 계절을 의심하는 건 사람 뿐이 아닌가 싶다.
어느 결에 가로수 나뭇잎들이 물이 들고 성글어졌으며 들의 곡식들은 이미 황금빛 풍요를 품고 있다.
학교의 뜰에도 빛깔의 응집이 한창이다.
가난한 뜰이라 기껏 볼 수 있는 꽃이 백일홍이나 페츄니아나 베고니아, 그리고 내가 알기 전부터 이미 자리 하던 한 두 포기의 비비추나 부추꽃이 다이지만,
제각기 마지막 계절을 빛내고자하는 안간힘 앞에서는 이 뜰이 어느 화원에도 풀죽을 일은 없다.
노랑은 더 이상 노랄 수 없고 빨강은 더 이상 빨갈 수 없다. 가히 도도하다 해도 좋을 만큼 거침없이 제 빛을 뿜고 있다. 참 이쁘고 흐뭇하다.
얼추 살펴도 스무 통이 넘는 늙은 호박이 학교 뜰 한 켠에 뒹굴고 있다. 시간 되면 호박죽 쑤어 아이들이랑 나누어 먹어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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