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럭 사이에 핀 꽃이다.
어느 때 부턴가 보도블럭 사이에서 자라는 잡초를 힘들여 뽑지 않게 되었다.
보도블럭 밑으로 뿌리를 뻗어가는 그것들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잡초만 나는가 했더니, 올해엔 여러 포기의 개양귀비도 나서 이렇게 풍요롭게 꽃을 피웠다.
통행로라 거치럭거리기도 하지만 몇 걸음 옆으로 비껴 걸으면 된다.
하지만 짱똘이가 자꾸 영역표시를 하는 통에 시름시름 말라 죽고 만다.
왜 진작에 채송화 심을 생각을 못했을까.
대여섯 포기 사다 심은 것이 하루가 다르게 벌어 끝없이 꽃을 피우고 있다.
가을까지 줄곧 그럴 것이다. 다른 꽃들이 제철 잠깐 피고 지고 마는데 말이다.
이제 게을러져서 화단을 돌보지 않은 지가 두어 해가 되는데, 그래도 제 자리를 지키며 저를 잊지 말라는 꽃이다.
작년에 뒷 담 너머 묵정밭을 일구어 갖가지 먹거리를 심어놓고 꿈에 부풀었는데, 토질이 척박한 데다 고라니의 습격으로 손에 쥔게 없었다.
그걸 변명 삼아 올해는 그대로 묵혔더니 위층에서 내려다보면 하얀 개망초 바다다. 이쁘다.
하지만 이다음 군락은 띠풀 계통이 될 거라 그것들은 근절이 어려우므로 앞집 아주머니께 내년엔 깨라도 심어 거두시라고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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