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에 보령 죽도(2014. 2. 23) 날이 궂을 조짐이다. 사람 하나 빠듯하게 들어 앉을 만한 쪽배들이 저물녁 새가 둥지 들듯 방파제 안에 닻을 내렸다. 그래야지. 안녕이 마음 저리게 간절해지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그럴 수만 있다면, 누구에게도 미안하지 않게 나 하나 안녕할 수 있다면... 허나 그 소망은 늘 슬프고 결.. 여행(우리나라)/충청도 2014.04.17
보령댐 가는 길(13.11.10) 막상 나오면 나오길 참 잘했다 싶은데 왜 이렇게 나오기가 힘든 걸까요? 집에 있는 게 마냥 편하고 기분 좋은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번 주도 그랬습니다. 토요일 집에서 뭉개고 일요일조차 그러려니 문득 세월 아깝다는 생각, 슬프다는 생각이 불쑥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먼길은 .. 여행(우리나라)/충청도 2013.11.18
보령 성주사지(13.10.26) 적막한 날엔 더 적막한 옛 사지가 좋더이다. 실로 오랜 만에 성주사지를 찾았다. 웅장한 사찰들을 두고 왜 폐사인 이곳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어느 핸가 봄볕 따뜻하던 날의 기억이 그리웠나보다. 인적은 드문데 유난하게 찬 바람이 내 바람을 저버렸다. 그래도 잠시 앉아 휘이 둘러보.. 여행(우리나라)/충청도 2013.11.03
또 장곡사다(13.10.20) 맛집 블로거들만 신기해 했더니 이젠 여행 블로거, 등산 블로거들까지 희한하게 보게 되었다. 삶에 있어 만사 심드렁해진 후다. 그래도 아직은 살아있는 시늉은 내야겠어서 잠깐씩 나들이는 한다. 지난 주말은 오랜 만에 영화 "gravity"를 보고 아직 남은 햇살이 아까워 청양 쪽으로 진로를 .. 여행(우리나라)/충청도 2013.10.24
장곡사가 좋은 이유(13.9.8) 일년에 몇 번씩 가고 또 가는 곳이 장곡사다. 갈데가 마땅찮을 때도 가고, 안가면 궁금해져서 간다. 무엇보다도 장곡사에서는 마음이 편안하다. 어느 것 하나 의식적으로 세우고 다듬은 기색이 없다. 우와, 할 만큼 눈이 번쩍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국보도 몇 점 있지만 표나게 모셔져 .. 여행(우리나라)/충청도 2013.09.24
천리포 수목원에서 하룻 밤(13.7.5-7.6) 82학번 친구들과의 모임을 멀찌 감치 태안에서 갖게 되었다. 서울에서 무에 그리 설렜는지 일찌감치 내려운 ㅈㅁ는 얼른 오라고 시절 좋은 소리를 하는데, 나도 같은 마음이란다, ㅈㅁ야. 한 해에 몇 번 없는 근심없는 시간을 보낸다. 밤을 꼬박 새다시피하고 두어 시간 눈 붙인 후 수.. 여행(우리나라)/충청도 2013.07.09
보령 양각산,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13.05.15) 교육자 대회로 시간을 내어 동료 선생님과 양각산을 올랐다. 양각산은 보령댐 곁에 위치한, 그다지 높지는 않아 낮은 산도 지레 질리는 나같은 사람도 큰 부담없이 올라볼만 한데 반면 제법 가파른 구간도 있고 아기자기하게 숲과 바위가 어우러진 경치가 볼만하여 등산 시간은 길지 않.. 여행(우리나라)/충청도 2013.05.19
공주 마곡사(13.04.14) 모처럼 마곡사에 갔다. 혹시 벚꽃이 피었을까 하고. 내 맘만 조급했지 마곡사는 느긋했다. 꽃도 없고 신록도 인색한 마곡사를 그래도 기분좋게 걸었다. 봄개울을 따라 죽 걸어올라갔다. 산도 나지막하고 개울도 계곡이 아니어서 정겹다. 햇빛 잘드는 솔향기 창가에 앉아 우롱차도 마시고 .. 여행(우리나라)/충청도 2013.04.19
공주 공산성(13.04.14) 대학 졸업 후 실로 28년 만에 공산성을 거닐었습니다. 지금은 철거되고 없는 산성 안 마을도 생각나고, 벚꽃이 피던 4·19 무렵이면 막걸리통 메고 쌍수정에 함께 오르던 친구들도 그리웠습니다. 그 때에 비해 참 말끔해지고 많이 변했지만 그리움이 표백되는 것은 아니더군요. 생전 모르.. 여행(우리나라)/충청도 2013.04.15
영평사 구절초-꽃은 지나 단풍이 곱고(12.10.21) 영평사를 찾은 날은 영평사 구절초 축제의 마지막 날. 보름 동안 이나 이어졌건만 어찌 틈을 못내고... 미루고 미루다가 끝내 놓쳐버린 구절초 절정. 꽃은 거지반 시들고 막바지 늦된 꽃만 처절한 영화의 흔적 위에 덧없이 피어 있다. 흰색처럼 눈부신 색이 있을까. 참 휘황했겠다. 때를 놓.. 여행(우리나라)/충청도 2012.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