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근심 없는 짐승처럼 자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툭툭 걷어 차여도 자고
밤이 깊은지 얕은지 생각 않고 자고
남들이 외로이 밤을 밝히는지 나처럼 안녕한지
아랑곳 없이 자고 배고프도록 자고
누군가 내 자는 등짝을 후려치고 싶어 한다면 더더욱 모른 척 자고
나는 그래야 살 것 같고
그래야 내가 누군가의 등짝을 후려치지 않을 거고
본디 그러한 인간에 대한 부질 없는 미움과 경멸을 잊을 수 있을 테고
그렇게 나를 구슬려 시간이 흐른 뒤 또 인간에 대한 헛된 기대를 되살릴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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