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잊었던 길을 따라 갔다. 추억의 가느다란 줄을 잡고 거슬러 오르듯.
떠나기만 하는 강물 곁에는 오래도록 변치 않은, 이십 년 전의 길이 있다.
그 때엔 나도 젊었으니 가끔 삶에 탄성을 지르는 때가 있긴 했을까.
아닐 것이다. 어느 때고 대개는 그 때가 인생의 가장 고단하거나 슬픈 때이니.
얼추 이십 년에서 십팔 년 전까지 내가 머물렀던 곳을 잠깐 들렀다.
내가 떠난 얼마 후에 폐교가 되었고, 그 후에 한 번도 사람의 훈기를 품지 못했던 걸까.
용도가 없었다면 차라리 철거를 할 일이지 어쩌자고 이렇게 흉물스레 덧없는 소멸을 가르쳐 주고 있단 말인가.
나의 삶에 이런 황폐하고 씁쓸한 폐허가 되어버린 추억은 얼마나 되는지.
차라리 슬픈 기억처럼 아름다웠었다 윤색할 여지도 없는 되뇌고 싶지 않은 기억이.
18년 전 나의 삶의 터전이었던 곳이 지금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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