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놓아버렸을 때
너는 날더러 끔찍히도 모질다 하였지만
사실은 나 자신에게 더욱 모질 각오였음을 아는지
사랑으로는 너는 나를 이기지 못한다 공언했 듯
사랑을 함에 있어 나는 너보다
아픈 편에 서기를 자처한 오만이었다
어떤 아름다운 단어로도
어떤 현란한 무늬의 허울로도
네가 네 사랑의 가난을 가리지 못할 때
나는 너보다 더 아픔으로써
기필 네 몫까지 사랑을 이루어 내마 자신 했었다
부끄럽다
그 비장하던 투지가 무색하다
사랑에서는 그 어떤 웅변적인 각오도
저 홀로는 한심한 광댓짓이기 십상인 것을 몰랐다
이루지 못한 사랑 앞에서는
너나 나나 사랑 잃은
한낱 가련한 패자일 뿐인 것을 알지 못했다
가끔은 부지불식 간에 엄습하는
외로움의 한기에 떨기도 하고
회한으로 가슴이 사무치기도 한다
지금도 부르면 맨발로라도
너에게 뛰어갈 듯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 뿐, 너나 나나 모르지는 않는다
세월이 조금 지난 후에 우리는
깊은 포구에 아늑히 든 배처럼 길게 누워
오늘의 안녕에 안도하리라는 걸
그깟 못난 사랑이란 것 또한 무참하게 잊히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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