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겹게 비가 내리는 밤이 아까워 나는 애인들을 불러 모아 놓고
무릎을 맞대고 밤새 얘기를 나눈다 나의 애인들은 맥고모자 백구두의 멋쟁이들은 아니지만
비 오는 날의 흥을 아는 멋진 사내들이다 빗소리랑 즐거운 대화는 참 맛나다
비가 오는 밤에 나는 시를 읽는다 넘치게 많은 시를 읽는다 장편소설 반 권 만큼 글자를 읽는다
비 오는 밤에 읽는 시는 아무리 길게 웅얼거려도 결국은 빗 속의 시 한 편이다
시 한 편으로 한 밤내 내리는 빗물 만큼의 눈물을 담는다 내가 가슴에 익사 할 만큼의 단어를 품고 먹먹해 있어도
나는 슬픔을 아는 애인의 시 한 편으로 내 슬픔을 가름 한다 나는 밤새 시를 읽으며 주로 울지만 행복에 겨워도 목이 메는 법이다
슬픈 시인은 슬픔으로 행복하고 슬픈 시인을 사랑하는 나는 애인의 슬픔을 빌어 넉넉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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