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빗발치듯 누비고 다니는 친한 선배가 있다.
그 선배가 잠깐 서해 쪽 나들이를 나온다 해 동반했다.
마침 운이 좋으면 선운사 꽃무릇도 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꽃은 절정을 지난지 여러 날인듯 절로 시들어가는 한 생의 비애를 실감케 했다.
그래도 마음이 즐거운 탓인지 그 또한 삶의 한 부분이려니 색다른 꽃구경을 했다 쳤고 아무려나 좋은 날 산사를 거니는 일이 좋지 않을 턱이 없었다.
선운사 마당을 조금 거닐고 토방 끝에 엉덩이도 붙이고 앉아 좀 숨을 고른 뒤에 늦은 점심을 먹고 학원농장으로 향했다.
꽃으로 기인한 처연함은 꽃무릇으로 족하니 메밀꽃 만큼은 마음에 흐뭇함을 채워주길 기대했다.
어쩌면 좋아.
별 걱정 다한다는 냥 그 어느 해보다도 메밀꽃이 푸졌고 하도 꽃이 좋아 마치 동막골 팝콘이 터지는 듯 우리 마음도 들떠 마구 메밀밭을 쏘다녔다.
사진 찍는 게 낙인 선배를 따라 다니다 보니 설정사진 포즈도 조련 받았다. 결국은 선배도 가름침을 포기했지만 사진은 무수히 찍었다. 사
람 빠진 사진은 의미 없다는 선배의 사진관에 따라 나도 무수히 사진에 박혔다.
학원농장 다음엔 미술관에 들러 시간을 보내고 격포에서 해지는 것도 본 다음 어두운 길을 달려 마침내 집에 안착했다.
내 집에 식구들이 없던 참이라 주변에 포진한 친구들을 소환해서 늦도록 수다를 떨었다.
참, 많은 일이 있었던 날이었다.
그새 무슨 일이 있었답디까? 이런 중국에서나 가능한 조형물이 우후 죽순처럼 설치되어 있었다.
천연기념물 367호 송악. 한 그루의 나무가 이렇게 갈래갈래 뻗어 암벽을 덮었다.
학원농장 메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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