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우리나라)/전라북도

완주 아원 고택(18.6.16)

heath1202 2018. 6. 19. 14:52

요며칠 날씨가 참 좋았다.

햇살은 따갑지만 공기가 건조하고 바람도 서늘해 가을같은 기분조차 들었다.

내 입장에서는 휴일이라고 평일과 별다른 의미가 있을 리가 없는데 그럼에도 일없이 있노라면 권태롭고 시간이 아까워지는 건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또 길을 나서 찾은 곳이 집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아원고택이었다.

간간히 얘기를 들어와서 언젠 가봐야겠다 싶었는데 정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잊혀지고 미뤄져 오늘에야 가게된 것이다.

(전에 송광사-완주에도 제법 규모있는 송광사가 있다-도 갔으면서 이곳에 가지 않았다는 것이 준비성 없이 쏘다니는 부작용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그곳을 다녀온 이들의 평대로 참 좋았다.

정갈하고 평화롭고 풍광도 좋고.

우선 들어선 갤러리를 겸한 카페는 들어서자마자 눈을 휘둥그레하게 하였다.

넓은 공간에 고작 너댓 테이블 뿐인데 그것도 자리가 남는 걸 보니 이곳은 앉아 차마시러 오는 곳이 아니란 걸 알겠다.

대개 차를 마시고 바로 여기 저기 공간을 구경하러 일어선다.

꼭 카페 공간이 아니어도 엉덩이 붙이고 풍경을 감상하며 차 마실 공간은 많았다.

위 아원고택은 열두 시에서 세 시 사이에 일반인 관람이 가능한데, 아마 숙박객들의 체크아웃, 체크인 시간에 맞춘 것이리라.

고택 몇 동의 방과 마루에 관람객들이 편한대로 앉아 차를 마시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루에 앉아 앞에 펼쳐진 종남산 풍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마음에 들끓는 갖은 번뇌쯤 어렵지 않게 잦아들게 할 수 있을 듯 하다.

이곳의 독특한 점은 진주에서 옮겨왔다는 250년 된 고택과 콘크리트를 그대로 노출시킨 아주 모던하고 미니멀한 카페동의 건물이 하나도 서로를 거스르지

않고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고택 앞의 못만 해도 그렇다. 보통 한옥에서 보게되는 산수형 못과 달리 군더더기 하나 없는 장방형 못이 더 너르게 풍경의 반영을 담고 있었다.

두 사람의 하루 나들이에 점심, 자동차 기름값 포함해서 오만원이 들었으니 호사는 절대 아니다.

아마도 진짜 호사는 시간 또는 마음의 여유일 것이다. 아마 남이 나보다 많이 갖지 못한 것. 그래서 나는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또 미안하다.


돌아오는 길에 지인에게 갓담은 열무김치를 조금 얻어왔다.

덕분에 저녁은 참 맛있는 비빔밥을 먹을 수 있었다. 또한 고마운 일이다.















카페에서 아원고택으로 올라가는 통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