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에 갔다.
인터넷에 덕유산 철쭉이 절정이라는 기사도 떴고 더워지기 전에 산에 한 번 가보고도 싶어서 전국에서 가장 쉽게 정상에 닿을 수 있는 덕유산행을
했던 것이다.
이제 나들이는 남들 일해서 한산한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하곤 하지만 이번엔 꽃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주말을 택했다.
대신 꽃구경 인파에 치일까 싶어 근래 가장 이른 기상을 했고 무주에 도착하니 아홉시가 좀 안되어 길게 줄서지 않고 바로 곤돌라를 탈 수 있었다.
6.18일 까지는 향적봉에 가려면 곤돌라 타기 전에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덕유산에는 너댓번 와 봤는데 늦봄 또는 초여름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꽃을 보니 확실히 그랬다는 것을 알겠다. 지천에 꽃, 온통 꽃이었다.
곤돌라 타고 오르는 와중에도 저 아래 산수국이나 층층나무나 함박꽃 같은 온갖 꽃들이 만개하거나 지고 있었고 주목도 왕성한 활엽수 틈에서 꿋꿋이
서 있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 가는 길은 또 어떻던가. 지천으로 꽃이 피어 생각지도 않게 야생화 탐방을 하러 온 셈이 되었다.
철쭉은 거의 다 져서 아쉬울 법도 하련만, 철쭉에게 미안하게도 다른 꽃들에 정신 팔려 철쭉은 안중에도 없었다. 친구 덕분이다.
곷의 이름을 불러 준다는 행위, 그 의미 부여의 행위를 절절하게 느꼈다. 내게는 태반은 낯선 꽃들이었지만 친구 덕에 몇몇 이름을 익혔고 더 오래 보았다.
그 가까운 향적봉을 남들 닿고 내려올 만큼 오래 걸려 올랐다.
눈 쌓이고 상고대 찬란한 겨울도 좋고 단풍 흐드러진 가을도 좋겠지만 가장 흐뭇한 풍요를 느낄 수 있는 때는 딱 요맘 때가 아닌가 싶다.
친구를 위해 주말 나들이를 했다고 했지만 사실 친구를 데려간 덕에 꽃을 익혀가며 그 어느 때보다 유익하고 즐거운 산행을 했다.
집에 와서 오래된 어린이 식물도감을 펴들고 흐린 꽃사진들을 본다.
봄에 집뒤 텃밭에서 보았던 여린 꽃은 댓닢현호색이었다는 것을, 참마리꽃이라고 여겼던 것이 봄맞이꽃이었다는 것도 알았다.
화단의 봄까치꽃을 이제는 뽑아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사진이 좀 더 좋은 식물도감을 사야겠다.
덕유산에서 야생화 사진 찍는 이들이 울타리를 넘어가 사진을 찍어대는데, 신고를 할까 하다가 레이저 눈총만 쏘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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