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이 빈 지 여러 해다.
작은 집을 반들반들하게 가꾸던 아주머니가 허리가 아파 집을 팔고 멀리 아들한테로 떠날 때 나는 이 집이 이렇게 오래도록 빈 채로
있게 될 줄은 몰랐다. 아주머니가 사실 땐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 없던 앞뜰, 뒷뜰이 이제 처참하고 처연하다.
가지를 다듬지 않아 작은 앞뜰이 터지지 싶게 자라던 겹벚꽃, 명자나무, 백매화, 수국, 장미는 무한 뻗고 있는 칡덩쿨로 흠씬 덮이고
칭칭 주리가 틀리고 있다.
그러다가는 내년에 내 좋아하던 봄꽃들을 못 보고 말지 싶고 나무들이 가여워 오늘은 팔 닿는대로 담너머 칡덩쿨을 낫으로 끊어 내었다.
기울어 가고 무너져 가는 담장 틈으로 보면 뒷뜰엔 개망초가 가득하다.
어느 때는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느껴졌으나 이제는 쓸쓸하고 무섭기만 하다.
절대 비밀의 화원이 될 리 없는, 소멸의 한 풍경으로 여겨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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