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사라지는 명사(2018.1.29)

heath1202 2018. 1. 30. 00:00


동아리에서 만나 친해지고 있는 이가 한 명 있다.

올해 새로이 결심한 것이 독서하는 일이라며 나에게 적당한 책을 빌려 달라고 했다.

교회에 엄청 헌신하는 인데, 올해는 성경 말고 다른 책도 읽어봐야 겠다고 한다.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싶어 비교적 잘 읽히는 걸로 한 주 한 권씩 가져다 주었다.

서효인이나 김영하, 채사장 책 등이었다.

이제 좀 장르를 바꾸어 다음 번엔 신영복 선생의 책을 추천할까 문득 생각을 해보는데  

도무지 그 이름 석자가 생각나지 않는 것이었다.

마침 휴대폰을 가져가지 않아 검색도 할 수 없었다.

이성복? 그이는 시인이고, 이영복? 그이는 시민운동하는 선배고, 이상복? 그이는 어감이 영 아니고......

저녁 외출 두어 시간을 마치 쥐끈끈이에 붙들린 듯 그 이름 석자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집에 오자마자 책꽂이에서 그 분의 책부터 찾았다. 여섯 권이 나란히 꽂혀 있다.

세상에, 잊을 게 따로 있지.

이렇게 명사가 아득할 때가 종종 있다. 

이런 증상이 심해져 마침내 치매에 이르면 어쩌나 진심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자아가 없는 삶이라니.

우울하고 두려운 얘기지만, 존엄사도 되지 않는 존엄치 않은 삶은 공포다.

타인의 경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지만, 나의 경우에는 둠, 스스로 종결을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