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한마리가 내 울안에 눌러 앉을 모양이다.
이 아이는 내가 집뒤 텃밭에서 일할 때나 길고양이 밥 줄 때 몇 번 마주했던, 경계심이 많아 눈만 마주쳐도 줄행랑을 놓던 녀석이다. 혹시 몰라 집 뒤에 밥을 놓아줬는데 밤손님처럼 다녀가는지 가끔 창턱에 앉아있던 제니와 깨비가 불안한 소리를 내곤 했었다. 그런데 한 사흘 전부터 아깽이 두 마리와 울주변을 돌더니 비가 오는 오늘 마침내 뒤꼍 처마 밑에 매끼를 품고 웅크려 잠을 청하고 있다.
그간 옆집 폐가에서 몸을 풀었던지 네 마리 아깽이들이 아장거리고 엉껴 뒹굴던 모습을보았는데 두 녀석은 어쩌고 두 녀석만 엄마랑 내집을 찾고 있다.
여전히 내게 경계심이 많지만 여기까지 와 잠을 청하는 걸 보면
나를 못 믿을 인간으로 보는 건 아닌가 보다. 차차 곁을 주려나.
새로 새끼를 갖기 전에 중성화 수술을 해줘야 할텐데 잘 포획은 되려는지, 또 수술하고 잘 아물긴 할런지.
좀 더 아늑한 잠자리를 만들어줘야겠다. 새끼 기르느라 몸도 많이 부실해보이니 먹깨비 통조림도 줘봐야겠다.
'울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깨비의 독서법(18.9.6) (0) | 2018.09.06 |
---|---|
약 먹기 싫은 구름이(18.3.9) (0) | 2018.06.28 |
구름이 떠나다(18.4.23) (0) | 2018.04.26 |
행복한 길고양이(18.4.12) (0) | 2018.04.12 |
고양이 집사의 의상(18.4.2) (0) | 2018.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