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애기

행복한 길고양이(18.4.12)

heath1202 2018. 4. 12. 22:11

 

 

내가 자주 들르는 가게 근처에 길고양이 세 마리가 있다.

노랑이 두 마리와 얼룩이 한 마리.

양지바른 낮은 지붕(보도 높이의) 위에 누워 뒹굴거리는데

길고양이치곤 경계심이 심하지 않아 적당한 거리만 유지하면 도망도 치지 않았다.

사료랑 육포를 챙기며 녀석들이 기뻐할 생각에 나도 발걸음이 가볍곤 했는데 곧 녀석들이 내가 주는 먹이에 심드렁하다는 걸 알았다.

내가 준 먹이가 보람없이 까맣게 말라 있거나 별로 줄지도 않은 채 흩어져 있곤 했던 것이다.

오늘 이유를 알았다.

나말고 녀석들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오후 산책 중으로 보이는 다정한 노인부부가 녀석들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알고 보니 밥그릇이 두 군데나 있는 배부른 녀석들이었던 것이다.

내 마음이 몹시도 편안하고 행복해졌다.

지붕 끝에 간당간당 참 편하게도 누웠다.

 

얼마 전에 집근처 국도에서 고양이 한마리가 로드킬을 당했다.

내가 주는 먹이를 먹기 위해 찻길을 건너 오는 녀석이었다.

어쩔 바를 모르고 엉엉 울고 있는데 고맙게도 나를 저만치 세워두고 처참한 시신을 거두어 주는 이가 있었다.

이뻐만 할 줄 알았지 정작 절실한 상황에서 난 이렇게 속수무책이구나.

내가 주는 먹이 때문에 찻길을 넘어왔다 생각하니 마음이 안 좋았다.

세 녀석 중 한 녀석이 가고 나니 사료 소비량이 줄었다.

때맞춰 사료 들고 가보면 꼭 한 녀석 몫이 남아 있다.

남은 녀석 중 하나가 보름달처럼 부른 배를 하고 있다.

어디에서 몸을 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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