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가까이 투병을 하던 구름이가 떠났다.
만 네살도 다 채우지 못한 짧은 생이다.(2014.5.21-2018.4.23)
요며칠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훨씬 위태롭던 시기가 있었고 식욕도 그런대로 유지하고 있었기에 곧 호전되리라 생각했었다.
지난 겨울 내 장미 몇포기를 맡아 추위에도 잘 지켜준 지인에게 식사 한끼로 보답하고자 완주의 화산까지 붕어찜을 먹으러 갔고
간김에 인근의 고산 수목원을 들렀다가 저녁까지 먹고나니 많이 저물어서야 집에 돌아왔는데 마중 나오는 구름이의 걸음걸이가 휘청거렸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가족이 오는 소리가 들리면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가는 구름인데 이날도 그랬던 것이다.
심장병으로 평소 빈혈 증상이 있었는데 이날은 유난했다.
불안했지만 한주 뒤에 검사가 예약되어 있었으므로 상태에 맞춤으로 처방받으면 나아지겠거니 했다.
하지만 한두시간 만에 상태가 급속히 나빠졌고 한두 걸음 옮기고는 쓰러져 버렸다.
한갖지게 쉬라고 작은방 침대에 뉘어놨더니 침대에서 몸을 던져 샤워하고 있는 화장실 문간까지 기어와 쓰러져 나를 울게 했다.
그러고는 한걸음도 더는 걷지 못했고 서너 시간 고통을 겪고 한두시간 호흡이 점차 잦아들어가다 영원한 잠에 들었다.
나는 내내 구름이의 곁에 누워 있었지만 까무룩 잠이 든 일이십분 사이로 마지막 순간을 놓치고 말았다.
새벽 다섯시가 조금 안된 시각에 떠난 듯 하다.
구름이가 숨을 거둔 후 두 시간 쯤 더 곁에 누워 있다가 여덟시 조금 넘어 세종 부강의 장례식장으로 출발했다.
한여름처럼 억수로 비가 내렸다.
염을 하고 화장하고 구름이 뼈로 스톤을 만드는 장례과정을 다
마치고 돌아오는데 아침보다 더 거세게 비가 내렸다.
어여쁜 구름이를 안고 가서 푸른 구슬 한 웅큼으로 바꾸어 왔다.
푸르름이 구름이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제니가 발정기가 왔다.
발정기가 오니 구름이를 몹시 찾는다.
구름이가 있던 장소를 죄 헤집고 다닌다.
구름이가 홀로 있던 이층 다락방을 수도 없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빈 방을 들락거리고 있다.
데면데면했던 사이였지만 구름이 난 자리가 느껴지는가 보다.
하긴 구름이 임종은 제니가 지켰는지도 모르겠다.
구름이가 고통받고 있는 동안 제니가 냄새를 맡거나 저만치 앉아 지켜보곤 했었다.
내가 틈틈이 울곤 했더니 벌써 딸아이들은 새 애기를 찾고 있다.
이쁜 아가들 사진도 여러 장 보내왔다.
앵앵거며 종일 울고 다니는 제니 때문에라도 한 아이 입양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아무래도 나는 구름이에게서 벗어나진 못할듯,
오로지 흰옷 입은 아이들만 눈에 들어온다.
터키쉬 한 아이가 눈에 들었는데 푸른 눈의 흰색고양이의 숙명을 피하지 못하고 난청이라고 한다.
나는 괜찮은데 구름이 투병에 나못지 않게 애써준, 그래서 내가 고마워하는 남편이 극구 말린다.
귀가 안들리니 엄마를 홀렸던 구름이의 마중을 기대할 수 없다고 딸도 말린다 (아,대문 밖에서 소리만 나면 득달같이 현관으로 뛰어오던
구름이의 환대를 다시는 누리지 못하는구나).
일단 입양은 좀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구름보내고 고작 사흘 째고 구름이 있던 자리는 한 가지도 아직 치우지 않았다.
물론 새 아이가 역시 구름이로 구름이 자리로 와주길 바라서이기도 하지만 아직 구름이는 내 곁에 있겠거니 느끼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혹자는 동물에 쏟아붓는 나의 애정과 관심이 유난스럽다고 할지는 모르겠다.
사실 구름이 투병을 하는 동안 비용을 말할 수 없던 지인도 여럿 있었다.
동물에 대한 관점의 차이, 경험과 친밀도 차이 등 여러 요인으로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내 입장에서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그 소중한 한 가지는 작은 고양이 한 마리로 하여 늘 마음에 생명의 따스함,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실감하며 살았다는 것이다.
큰 애가 나를 위로한다고 보내온 카툰. 정말 위로가 되었다. 우리 구름이도 이렇게 찾아와 말을 건네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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