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가 떠난 게 4.23일이니 떠나기 보름 전 촬영된 것이다.
컴퓨터 수리를 맡기느라 백업해둔 자료에서 찾은 것이다.
구름이는 심장병(심근비대) 진단을 받고 투병 시작한 후 일년을 조금 못 견디고 떠났다.
아침, 저녁으로 먹는 약을 단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으니, 하루도 집을 비우지 못하고 누구 하나는 구름이를 돌봐야 했다.
명절 때도 딸아이 하나는 집으로 내려오고 다른 가족들은 파주로 올라갔다.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렇게 공을 들였기 때문에 그 아이는 더욱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약먹는 것은 아무리 반복해도 구름이에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뱉어내고 본의 아니게 집사의 손을 물었다. 그 순둥이가 말이다.
구름이가 약 먹을 때가 되면 침대 밑에 숨곤 해서 철망 사다 침대를 에워 쌌더니 약먹이기 가장 난감한 곳을 또 찾아 내었다.
바로 캣타워 이곳이었다.
무릎에 앉혀 놓고 입을 벌려야 하는데 이 곳에 들어가면 도저히 억지로 입 벌려 약을 먹일 수가 없었다. 어르고 달래다 투약 시간이 길게 지체되면
잔인하게 끌어내는 수 밖에.
아, 구름이 보고 싶다.
애정을 쏟은데 비하면 나는 펫로스 증후군이란 걸 앓지 않았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구름이가 떠났다는 생각을 잘 안하고 사는 때문인 듯 하다.
아무 때고 구름이를 호출한다.
구름이가 떠난후 데려온 깨비를 보며 "구름이 형이 있었는데 말이야"하며 이야기를 한다든가 문득문득 소리내어 "아, 구름이 보고 싶다"고 말한다.
구름이 털을 볼에 문질러 본다든가 깨비 성장과정을 구름이와 비교해보며 구름이를 그린다.
대놓고 드러내어 구름이를 말하니 애달픔이 별로 없는 듯 하다.
아, 그래도 구름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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