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의 민주동문회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민동모임이 내 학번 위로는 대표성을 가진 몇 명 뿐이고 대개는 아래 학번들이라 좀 서먹하기도 하고 또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뭐랄 이는 없겠지만
민주동문을 추모하는 자리만큼은 꼭 참석하고 싶었다. 많이 그립기도 했고 그리운 이에 대한 의무감이기도 했다.
몇 가지 기억의 편린 뿐임에도 어쩐 일인지 나이를 먹을수록 떠난 이들에 대한 느낌이 너무 생생하고 가끔은 어떤이가 사무치게 보고 싶어 흠칫
놀랄 때가 있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내 감상으로 비롯한 기억이나 느낌의 조작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싶다. 내 삶에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임을.
오래 전에 떠난 선배의 딸이 추모식에 참석했다. 모임을 함께 했던 시절에 보았으니 거진 이십여년 만이다.
아름답게 장성한 아이가 너무도 반갑고 좋았다. 아이를 두고 선배와 함께 웃고 싶었다.
그 밖에 영화를 두 편이나 보았다.
하나는 고두심, 김성균이 주연한 "채비", 또 하나는 어마어마한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다.
"채비"는 죽음을 앞둔 어머니가 장애가 있는 아들의 홀로서기를 준비해가는 과정을 그린 것으로 작품을 만들겠다는 욕심은 애초 없는 듯한 평이한 영화였지만 진실한 느낌이 좋았다.
진짜 압도적인 영화는 "러빙 빈센트"다.
이 영화는 일단 10년의 제작기간에 120명이 넘는 화가가 그린 6만 2천 450장의 유화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그림은 고흐의 화풍으로 풍경이며 인물이 실제 고흐의 그림과 흡사해서 영화를 보는 동안 종종 내가 일렁이는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림을 좋아해서 화가를 다룬 영화는 특히 관심이 많은데, 이 영화는 그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그 어떤 유수한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도 그렇다.
그림의 유려함과 아울러 고흐의 죽음과 관련해 추리극 양식을 빌어 고흐라는 인간과 그의 삶을 그려 나가는 방식도 빈틈없이 탄탄했다.
이 멋진 작품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완성해낸 감독과 제작사에 찬사를 보낸다. 소장하고 싶은 영화다.
영화의 엔드 크레딧 쯤에 돈 맥클린이 불렀던 "Vincent"가 흐른다.
그 노래의 가사는 정확하게 고흐를 그리고 있으니 한 번 가사를 새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유익한 관련 기사: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12943
http://magazine2.movie.daum.net/movie/46878
하늘도 공기도 쨍한 날이었다.
한홍구 교수의 초청 강연회. 제헌 헌법이 지금 기준으로 얼마나 좌빨인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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