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거리면 또 그렇게 관성처럼 움직여지는데, 칩거에 들면 그 또한 그러하다.
바쁘면 바쁜대로 권태로우면 또 그런대로 그 안에 의미가 있겠거니 합리화하며 살고 있는데,
그러다가도 퍼뜩 내 삶의 무의미에 놀라곤 한다.
뭣이 중한디, 삶의 의미를 따지는 일에 그리 소홀할 수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실망을 느끼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애면글면 삶에 집착하는 일도 다 부질없어 진다는데 그러기에는 아직 멀었기에 여전히 가슴에 삶에 대한 불안이 꿈틀대고 있는 거겠지.
팔월 더운 날에 예매해 놓은 연주회가 마침내 가을의 말미에 있었다.
토요일 오후, 연주회 시각보다 많이 이르게 와서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가을이 처연해진 창밖 풍경을 보았다.
일을 놓고 벌써 한 해가 다 가고 있다. 그간 참 잘 쉬었다. 감사한 일이지만 두렵기도 하다.
연주회를 가는 기회가 별로 없긴 하지만 이번처럼 흡족한 적도 드문 것 같다.
연주자의 기량에 대해서는 말할 자격이 안되니 말할 수 없겠고, 그냥 인상적으로 아름답고 편안했다.
엉덩이도 아프고 숨도 마음대로 못 쉬는 한 시간 반이 하나도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프로그램은 골드베르크 변주곡 전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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