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라도 당첨되면 혹시 새집이 생길지 모를까, 아마도 내 여생의 집이 될 집을 리모델링했다.
큰 돈 들여 대대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불편하고 심하게 거슬리는 것만 하다보니 한 공간 안에서도 천장은 새 것, 창은 헌 것 식이어서
돈들이는 김에 좀 더 쓸 걸 하는 후회가 잠깐 들기도 하지만 나는 나의 허욕을 단도리하며 지금의 집에 심하게 감동하고 감사하려 한다.
현대 건축사에 굵은 획을 그은 르 코르뷔지에도 말년을 네 평의 오두막으로 족하다 했다.
거기에 비하면 나의 집은 저택 아닌가.
비록 재산세 만 원도 안되는 집이지만 내가 남은 여생을 깃들 집이므로 전적으로 내 뜻대로, 내가 정붙이고 살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다.
꾸미기 위한 물건은 그림 빼고는 다 치워버리고 소파도 빼고 4인용 식탁에 수납량이 어마어마한 불편이 의자를 짜 넣고
관상용일 망정 책장들로 벽을 채웠더니 책 읽고 싶은 생각이 좀 드는 카페 분위기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거실에 달랑 책장과 탁자, 책상, 계단 밑의 텔레비젼 뿐이라 그 좁던 거실도 퍽 넓어 보이고 실제로 넓어졌다.
베란다는 구름이와 제니 살림 때문에 퍽 복잡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사람의 물건은 빼도 되지만 고양이 물건은 절대 그럴 수 없다.
방 한 칸 짜리 이층도 저렴하나 원목으로 낮은 책장을 짜 넣고 작은 그림들을 걸었더니 아늑하고 정겹다. 오래된 텔레비젼은 빼버리고 싶었지만
이 집이 오롯이 내 집은 아니라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깡그리 묵살할 수 만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eyesore다).
어쨌든 위 아래 층이 모두 제법 간결하고 집에 대한 욕망이 크지 않은 내 맘에 족하다.
틈틈이 맘 내킬 때 하는 공사 뒷청소가 끝이 없어서 아직 맘처럼 탁자에 책 펴고 앉지는 못하지만 그럴 거란 기대만으로 마음이 흐뭇하다.
집안 손 대다가 일이 커져 누수 기미가 있는 지붕도 다시 씌웠고 잡초 우거진 마당도 다시 정리했더니 실내외 통털어 삼천 만원 쯤 들었다.
화단은 꽃을 심지 않아 아직은 단으로만 있고 마당 블럭은 서툰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깔아 구배가 맞지 않는다.
지붕은 기이하기 짝이 없게 되어버려 지붕공사 끝나자 이웃집 아주머니가 먼데서 보고는 깜짝 놀라 쫗아 오셨었다.
기이하지만 독보적이라고 위안하는 중이다.
바깥 공사를 두 업자가 손댔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심판 없어서 아직도 운정이 집의 지붕이 완성이 안 되었다.
그래서 뜨거울까 풀어 놓은 운정이만 살 판 났다.
어저께 모임에 갔더니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지인이 최근에 집을 지었는데 건축회사에서 지인의 집을 실적 광고용 동영상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하긴 화장실 타일을 사러 이천까지 갔었다니, 팔백, 오백, 삼백 짜리 화장실 중 어느 것으로 할래요? 믇길래 두말 할 것도 없이 삼백요 했던,
또 조명의 중요성을 설파하던 고견을 무시하고 인터넷으로 저렴이 엘이디 구입해 장착한 나의 집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배경음악 깔아 집안 구석구석 핸드 카메라로 훑던데 우리 집은 십초면 끝나겠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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