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벗으로부터 토요일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가끔 만나 식당에서 밥을 먹곤 하였으니 응당 오늘도 그러려니 오늘 저녁 메뉴는 무얼로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벗의 집으로 오라한다.
벗은 일가진 사람이 감당하기엔 너무 과한 정원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 뜰에서 저녁을 대접할 모양이었다. 살림을 잘하는 벗은 일년에 한두번씩 꽃좋고 날씨 좋을 때 사람 불러 먹이곤 한다.
참외 여나므 개 사들고 가며 오늘은 무얼 먹여줄까 벌써 기대가 돤다.
가보니 정원 한자락에 벌써 한가득 상을 봐 놓고 한켠에선 고기를 굽고 있다. 손끝 야무진 벗의 솜씨로 철철이 담근 온갖 밑반찬, 갖가지 김치와 야채, 심지어는 어제 잡았다는 오징어까지.상이 비좁다.
잘 먹었다.
마지막으로 벗이 손수 갈무리해두었던 연꽃차까지.
벗의 정원은 봄꽃들이 다 져서 조금 서운했다. 조금 더 꽃 좋을 때 들러 볼걸. 무심한 듯 자상히 챙기는 이집 사람들 때문에 이집에 터잡은 고양이들이 여나무 마리나 되었다. 얼마 전에 태어나 기왓장 위에서 졸고있는 세마리 아기고양이 중 한마리는 앞발이 하나 없지만 이집에 사는 한은 아무 걱정없다. 꽃들 사이 헤집고 다니는 게 할일의 다일것이므로. 앞다리를 못쓰고 캥거루처럼 걸어다녀 이름이 거루라는 살찐 고양이도 이 울안에서는 아무 걱정없이 나이들고 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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