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단기가 떨어졌다.
암흑이다. 아주 오래 전 제주 답사에서 폐소 공포를 느끼며 들어가보았던, 4.3때 양민들이 숨어 들었던 지하동굴만큼 어둡다. 차단기를 올린 다음 이것저것 점검해서 문제를 찾아내었다. 장한지고.
기거하고 있는 방의 전등을 떼어 버려서 잠잘 때나 기어들어가야 하니 난장을 서성이며 잠자리 들기 전까지 무엇을 해야할까 생각을 하다가 거실 난장 틈의 책장에 눈이 간다. 책은 다 꾸려 마당에 쌓아놓았는데 이 책장은 자리만 조금 옮기면 될 것이라 일도 손톱만큼 줄일 겸 그냥 두어 아저씨들 작업에 태클을 걸며 꿋꿋이 버티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시 본지가 참 오래 되었다. 마침 명랑한 목수 아저씨가 무지 큰 책상을 짜주셨다. 나무냄새가 참 싱그럽다. 책을 안 읽어도 앉아 있고 싶어지겠다.
저녁에 인근 대학에서 주관한 진중권의 강연에 다녀왔다. 모르는 단어가 난무했다.
좋으나 싫으나 디지털에 벽 쌓고 살 수는 없겠지만 나는 이미 그세계가 엄두가 안 나는 요원한 별세계다.
어서 일이 끝나야지 우리집 애들이 너무 안됐다. 사람도 안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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