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에 있었던 날벼락이다.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괴물체가 창을 깨고 날아들어 바로 내 옆자리 통로에 떨어졌다.
천운이란 말이 절로 나오게도 그 물체는 창가의 승객을 치지 않았고 내 자리까지 날아오지도 않은 채 통로에 나뒹굴었고
버스 안은 우리 자리를 중심으로 유리파편이 온통 낭자했지만, 유리 조각에 자상을 입은 사람도 없었다.
아래 사진 하단의 유리 수북한 의자 옆자리가 내 자리였는데 유리조각을 수북이 무릎에 쏟고도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갓길에 차를 대고 사건 경위를 보니, 옆 차선의 트럭이 내가 탄 버스를 보지 못하고 차선 변경을 하다가 접촉사고를 낸 것이고
그 괴물체는 트럭의 사이드 미러였던 것이었다. 대형 트럭이다보니 사이드 미러가 버스 창 만큼 높직이 달려 있었던 것이고.
버스에서 내려 사고를 낸 트럭을 보고, 그 덩치에 다시 한번 식겁했다. 조금만 더 강하게 부딪혔다면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고속도로에 서서 삼십분 뒤에 내려오는 다음 버스를 기다려 타면서도 승객들이 아무런 불평도 없이 묵묵했던 것은
아마도 이보다 더 감사할 수는 없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었다.
좀체 삶에 감사를 모르는 나도 그 순간 만큼은 진심으로 감사를 했다.
어린 아이를 위시한 승객들이 다시 한 번 보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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