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오랜 벗들과 궁남지 산책(17.4.25)

heath1202 2017. 4. 27. 04:02

벗들과 번개팅을 했다.

일터 밖에 있는 입장으로서 내가 만남을 주도 하기가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벗들은 다들 아직 현장에 있는데 혹여 그쪽의 바쁜 사정 아랑곳 없이 '놀아달라'고 떼쓰는 눈치 없는 사람이 되면 어쩌나 싶어.

만나자고 한들 뭐라 할 사람은 당근 없는데도 빈둥거리는 자가 제발 저리는 꼴이다.

암튼, 삼사월의 고비를 다 넘겼으니 이제 한숨 돌릴 때가 되었으려니, 형편 되는자 모두 모여라, 모이니 6인의 얼굴, 참 반갑다.  천안 사는 1인만 불참.

밥 먹고 궁남지 거닐고 또 차마셔가며 이야기는 끝이 없는데, 에효, 나 빼고는 다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아쉽지만 아홉시 반에 해산.


소속이 없으니 자유로워 좋지만 가끔 의지없이 느껴지는 때도 있다.

또 불과 두달 전까지도 내가 몸 담았던 곳의 이야기가 아득한 얘기같아 나도 모르게 벗들 하는 얘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때가 있었다.


내가 날마다 목도하는 궁남지 풍경의 변화를 모르는 벗들은 이렇게 푸르름 짙어진 궁남지를 참으로 놀라워했다. 

일을 놓아 보람이 적어진 대신에 일하는 동안 누리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찬찬히 음미할 수 있을 수 있게 된 여유가 가장 큰 잇점이고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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