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더욱 행복했던 날(17.4.2)

heath1202 2017. 4. 4. 05:28

인근 면에서 진달래 축제가 있다고 놀면 뭐하나, 가보기로 했다.

면주관 행사의 일반적인 프로그램과 풍경을 대강 그려보며 한가로운 오후를 산골의 진달래와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다.

좋은 이들과 보내면 더 좋을 듯해서 벗에게 전화를 했더니 한식이라 성묘 중인데 나중에 합류할테니 먼저 가 있으란다.

여유롭게 행사장에 가보니 웬걸, 사람 구경도 못하겠다.

나처럼 황망한 방문객들만 간혹 차를 돌려 나간다.

어제 개막식을 했지만, 꽃축제 같은 건 보통 사나흘 지속하지 않나.

아무리 면 행사지만 차일도 치고 군것질거리도 팔고 진달래 축제니 화전도 부치고 막걸리도 팔고 뭐... 내가 상상한 그림은 그러했는데......

게다가 꽃은 어디 있나 몰라 차를 몰고 주변을 탐색했는데 어쩌다 간신히 산길을 가는 주민을 만나 물으니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고......

암튼 벗을 만나기로 했으니 기다리는 동안 어제 개막식 장소였던 폐교된 초등학교 교정을 잠깐 거닐었다.

벗들도 역시 황당해 했다.

그래서 동백정에 가 동백이 얼마나 져가는지 보기로 했는데, 벗이 잠깐 어딜 들르자고 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 삽화를 그린 김영환 화백의 거처가 멀지 않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지인으로부터 김화백에 대한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굽이굽이 산길을 달린 끝에 깊은 골에 숨은 화가의 집에 도착했다.

김영환 화가는 너무도 좋은 분이었다. 나는 일면식도 없었음에도 하나도 불편함이 없었다.

인상이 참 순하셨다.

막 삽화작업을 끝내셨다는 권정생 선생님 작품의 더미북을 보여주며 자상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번 작품도 역시 닭이었다. 닭을 그리기 위해 여러 해 닭을 치며 관찰을 해오셨다고 했다.

그림이 참 좋았다. 나중에 출판되면 꼭 사봐야겠다.

함께 간 벗들이 미술을 하는 이들이고 나도 미술에 관심이 많았으므로 다음 계획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이 지체하여

결국 동백정도 못가고 주꾸미도 못 먹었지만 하나도 아쉬움이 없는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행사장이었던 폐교. 지금은 김덕수 사물놀이패(한울림)가 사용하고 있다.





화분에 심겨진 '무안함'을 감당하고 있는 진달래꽃. 꽃시기 맞추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 아니 웃어 넘긴다.


저만치 옥산 저수지


화가의 집. 고양이가 무시로 드나들어 한마리 닭은 닭장에서 감옥살이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