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 있었는데 그때까지 시간이 꽤 떠서 어찌할까, 늘 가는 카페에 가서 기다릴까 하다가 모처럼 신동엽 문학관에 가보기로 했다.
퇴직을 하면 무시로 드나들리라 했지만 막상 퇴직하고 나니 그 전보다도 더 뜸해져 마지막 다녀간 것이 언제였는지, 아마도 작년이 아닌가 싶다.
문학관에는 사무실에 한 사람이 보일뿐 아무도 없고, 따라서 아무 소리도 없다.
주중의 문학관은 대개 이렇겠구나 생각이 미친다.
나는 대개의 사람들은 이 시간에는 일터에 있고, 그들과 함께 일터에 있지 않은 나는 크게 의미 둘 것 없는 모임조차 없는 때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홀로 있을 수 밖에 없다.
외롭다거나 의기소침해지지는 않는다. 삶의 적막을 위해 퇴직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대에 자판기 전기 돌아가는 소리만 거슬릴 뿐, 어쩌다라도 내 동태를 살피는 이 하나 없는 문학관 북카페에 앉아 책을 펴고 앉아있는 특권을
나는 남의 몫까지 흠뻑 누리고 있는 것 아닌가.
약속 시간이 되어 책을 덮을 때까지 한시간여,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것이 분명한 중노인 하나만 다녀 갔을 뿐, 문학관은 근래 내가 누린 가장 고요한
공간이었다.
'삶의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랜 만에 시나 읽을까( 17.5.14) (0) | 2017.05.24 |
---|---|
피난살이-인생 정리 강박(2017.5.17) (0) | 2017.05.17 |
인생, 돌발상황까지, 황망하다(17.4.28) (0) | 2017.05.10 |
삶이 미풍 같아서 심란한(17.4.28) (0) | 2017.04.28 |
오랜 벗들과 궁남지 산책(17.4.25) (0) | 2017.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