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그림

홀로 신동엽 문학관에서(17.5.13)

heath1202 2017. 5. 17. 02:45

약속이 있었는데 그때까지 시간이 꽤 떠서 어찌할까, 늘 가는 카페에 가서 기다릴까 하다가 모처럼 신동엽 문학관에 가보기로 했다.

퇴직을 하면 무시로 드나들리라 했지만 막상 퇴직하고 나니 그 전보다도 더 뜸해져 마지막 다녀간 것이 언제였는지, 아마도 작년이 아닌가 싶다.

문학관에는 사무실에 한 사람이 보일뿐 아무도 없고, 따라서 아무 소리도 없다.

주중의 문학관은 대개 이렇겠구나 생각이 미친다.

나는 대개의 사람들은 이 시간에는 일터에 있고, 그들과 함께 일터에 있지 않은 나는 크게 의미 둘 것 없는 모임조차 없는 때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홀로 있을 수 밖에 없다.

외롭다거나 의기소침해지지는 않는다. 삶의 적막을 위해 퇴직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대에 자판기 전기 돌아가는 소리만 거슬릴 뿐, 어쩌다라도 내 동태를 살피는 이 하나 없는 문학관 북카페에 앉아 책을 펴고 앉아있는 특권을

나는 남의 몫까지 흠뻑 누리고 있는 것 아닌가.

약속 시간이 되어 책을 덮을 때까지 한시간여,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것이 분명한 중노인 하나만 다녀 갔을 뿐, 문학관은 근래 내가 누린 가장 고요한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