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으로 벗에게서 화암사 가지 않겠냐는 연락이 왔다.
마침 연휴라고 아이가 집에 와 뭉개는 통에(요즘은 자가에 가도 1박을 하고 가는 것이 상식이라고 일깨워 줌) 일상이 그애의 사이클에 질질 끌려가고
있었고 그 일환으로 오후를 게으르게 카페에서 퍼져 있던 참인데, 봄날의 화암사가 궁금했던 벗이 전화를 해온 것이다.
화암사는 일찌기 내가 벗에게 소개했던 것인데, 그 땐 늦은 가을이었고, 가을날의 짧은 산길이 벗에게 퍽도 좋은 그림으로 새겨졌던 모양이다.
나도 봄의 화암사는 본 적이 없길래 그러마고 했고 그렇게 느닷없이 화암사에 갔다.
갔더니 그새 데크로 계단이 군데군데 놓여 고작 이십분 남짓 만에 주차장에서 화암사에 당도했다.
편리함이 좋기도 하지만 사실 산길이 그닥 험하지도 길지도 않았던 터라 아쉬움이 더 컸다. 그나마 사람이 좀 더 왔으면 하는 바람이었을까.
일주문도 없는 정말 작은 절인 화암사는 우화루 옆 쪽문으로 절마당에 들어가게 되는데 여섯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 때문인지 문이 닫혀 있었다.
워낙 작은 절이라 상주하는 스님도 없는 듯하고, 절 입구의 행랑채(요사채)에 거주하는 처사? 인지 한 분이 쪽마루에 앉아 우리를 보고 계시다.
어쨌든 문은 잠겨도 크게 서운하지는 않았고 절 앞 은행나무 밑 벤치에 앉아 사람이 사무치게 좋은 절집 개와 노닥이며 한참 앉아 있었다.
고작 이십분이면 사람의 세상에서 멀리 깊어지는 화암사, 참 좋은 저녁이었다.
우리를 마중나와 좋아라 내내 따르던 절집 검둥이가 주차장까지 따라 내려왔는데 줄 것이 없어 마음이 짠했다.
벗이 약수가든에서 붕어찜을 사주어서 몸도 흐뭇해졌다.
사람 만큼/보다 짐승이 좋은 나, 비정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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