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우리나라)/전라북도

비는 내려도 꽃은 봐야-선운사 꽃무릇(16.9.18)

heath1202 2016. 9. 18. 20:11

퍽이나 길었던 휴가의 마지막 날이다.

교통체증과 비가 게을리 보낼 명분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오늘은 휴가의 마지막 날이고, 꽃은 기다려 주지 않으니......

우중에 길을 나섰다.

고창까지는 고작 한 시간 반. 조금만 부지런 떨면 다녀온 뒤에 길지 않은 가을 해라도 두세시간은 남을 여유로운 거리다.

과연 선운사는 다홍빛 꽃무릇 사태다.

나서길 잘했다. 우산을 받쳐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과 사진기가 젖는 염려 말고는 걷기 참 상쾌한 날씨다.

기술도 부족한데다 비까지 내려 대충 찍은 탓에 사진은 별로 보잘 것 없지만 눈으로 마음으로는 선연하게 찍어두었다.


비가 내려 우산을 받치거나 비옷을 걸쳐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꽃밭을 헤매며 하나 같이 

행복해 보인다. 나 또한 그러하다. 아름다운 꽃을 보며 나만 뜨악할 이유가 없다.

피고 지고 나고 죽는 섭리에 순응하는 시늉을 하니 시늉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사람의 생로병사가 어찌 꽃 한 송이 피고 지는 것처럼 간단하랴마는 또한 사람의 고단한 삶이라고 가끔 꽃같은 때가 없으랴 하는,

삶에 대한 막막함에 기쁘게 등이 켜지는 깨달음의 순간도 있었다. 



































이렇게들 산다




믿음의 발현


삶의 주춧돌도 이렇게 무심하면





낙엽을 뚫고 오르는 꽃대